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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과도한 ‘평창 때리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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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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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 김진우 특파원

   
 

“일본인은 한국인을 그냥 자기 아래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 아니 도요토미 히데요시 때부터 그랬어요. 이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최근 저녁 자리에서 만난 재일동포 2세가 한 말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얘기까지 나오나 싶었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70년 넘게 살아온 그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재일동포들이 겪은 일상적인 차별과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른다. 또 다른 재일동포는 “일본인의 ‘분풀이’ 대상이 일본 사회 내의 힘없는 사람, 특히 재일동포”라고 했다.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남북 분단의 고통을 누구보다 절감해온 이들이다. 그래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의미는 남다른 듯했다. 본국에 평화와 통일의 불씨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하는 일본 사회의 야멸찬 시선에 대한 우려가 더 커보였다.

실제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일본 정부와 일부 언론 등 일본 사회의 대응은 편향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일본의 위기감이나 대북 압박 정책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대응책이나 관련 언급들을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방한 전부터 아베 신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조속한 실시를 요구할 것이라고 대놓고 공언했다. 일부 언론에선 ‘만일의 경우’라면서 평창을 노린 북한 미사일 공격을 버젓이 거론하는 등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도 위기론을 부채질했다. 한국 일부 보수단체의 시위를 반복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2일자에 북한 응원단이 쓴 남성 가면 논란을 보도하면서 아예 ‘김일성이 200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인터넷은 더 심하다. 유튜브에 ‘평창오륜’으로 검색해보면 아연실색하게 된다. 한국은 북한의 꼭두각시 나라고, 평창은 한국민들에게도 외면받아 당장 망할 것 같다. ‘헤이트스피치(차별·혐오 발언)’에 저촉되는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한국 조롱’과 ‘혐한(嫌韓) 정서’가 넘쳐난다.

문제는 이런 퇴행적 인식들이 일부 누리꾼을 넘어 TV 방송과 출판 등 전체 미디어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후지TV에 나온 한 패널은 ‘오사카에 북한 테러리스트가 대량 잠복해 있어 위험하다’는 내용의 언급을 했다. 오사카에는 재일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사회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진지하게 살펴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일본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白井聰)는 <영속패전론>에서 일본의 보수 세력들이 1945년 패전 뒤 미국에 깊이 굴복하는 반면, 좌절된 내셔널리즘의 스트레스를 아시아에서 온 힘을 다해 패전을 부인하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뒤틀림이 일본과 주변국에 실질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어 파국을 부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전후 70년이 지나도록 과거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역사·영토 왜곡 주장을 강화하고, ‘전쟁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을 서두르고 있다. 뭐든 트집을 잡아 ‘재일동포 탓’으로 공격하려는 움직임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상당수 일본인은 이에 무관심하다.

일본 TV의 와이드쇼 진행자는 올림픽 직전의 한국 사회 ‘혼란상’을 전하면서 “한국 사회의 폐색감(꽉 막힌 느낌)”을 원인으로 들었다. 최근 일본의 과도한 ‘한국 때리기’가 패전 이후 일본의 ‘뒤틀림’ ‘폐색감’의 분출이라고 한다면 편향적이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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