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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장의 韓美日 동맹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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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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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진/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10일(현지 시각) 뜬금없는 이메일 한 통이 왔다. '우리는 동맹을 사랑합니다!'라는 이메일 카드엔 '밸런타인데이 볼링 행사에 가입하세요. 14일 백악관 볼링장에서 봐요'라고 쓰여 있었다. 백악관에 볼링장이 있다는 얘기도 금시초문이었고, 하트가 배경으로 수놓아진 다소 촌스러운 이메일 카드도 수상했다. 처음엔 스팸 메일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초청자는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었다.

수많은 미국의 동맹국 기자 중 한 명으로 초청받은 것이라 생각하고 별 기대가 없었다. 마침 한국은 설 연휴의 시작이어서 금쪽같은 연휴 첫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귀찮다는 마음도 있었다. 행사 당일 백악관 앞에 모인 이는 한국과 일본의 몇몇 기자들과 외교관들이었다. 이날 행사장엔 국무부는 물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직원들도 함께했다.

왜 한국과 일본 측만 초청했느냐고 묻자 국무부 관계자는 "가장 친한 동맹 아니냐"며 "행사 주관을 국무부 동·아태국에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아태국 관할엔 대만·필리핀·호주 등 다른 동맹국들도 있다. 일행이 간 곳은 백악관 지하에 마련된 '트루먼 볼링장'이었다. 해리 트루먼 전(前) 대통령 시절인 1947년에 지어진 곳으로 2개의 레인이 있었다. 볼링을 치면서 비보도를 전제로 국무부와 백악관 관계자들은 대북 정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느꼈던 점은 적어도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북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기자들이 연이어 질문을 해도 사실상 관점의 차이를 거의 느끼질 못할 정도였다.

미 국무부는 다음 날 트위터에 행사 사진을 올리고 '한국과 일본의 언론·외교관 친구들과 백악관에서 볼링을 쳤다'고 했다. 그만큼 한·미·일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로 일본을 비판하더라도 결국 안보 문제로 돌아오면 한·일은 서로 기대게 된다.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2018년 현 시점에서 일본만큼 한국과 북핵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공유하는 나라는 없다. 이는 백악관이나 국무부 브리핑, 심지어 백악관 볼링장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판을 깨서는 안 된다. 적어도 북핵·미사일 위기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일본과 더 멀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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