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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곧 경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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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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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 산업부장

   
 

“경의선의 종착역은 신의주가 아닙니다. 압록강을 건너 모스크바를 지나 파리와 런던까지 이어집니다…. 경의선은 남북을 잇는 길만이 아닙니다. 한반도가 다시 대륙으로 이어지고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경의선은 기찻길이 아닙니다. 경의선은 경제입니다.”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2000년 당시 TV에 자주 등장했던 국정홍보처 영상 자막이다. 6일 북한에서 귀환한 정의용 특사가 4월 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 체제 안전 보장 시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미국과의 대화 용의 표명을 발표할 때 문득 이 영상이 떠올랐다.

경의선 연결 공사는 6·15 공동선언 이후 시작된 최초의 남북 공동사업이었다. 대북특사의 발표문에는 경제와 직접 관련된 내용이 없었지만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가 진전되면 유엔 대북제재 완화와 함께 남북 간 경제 협력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26일 대선 후보 시절 경의선 남측 최북단인 도라산역을 찾았다. 그는 “평화가 곧 경제”라며 정치적 통일에 앞서 남북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이른바 남북 경제연합 구상을 밝혔다. 남북 경협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북한도 잘살게 만들면서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는 구상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래도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남북 간 화해 무드를 타고 벌써부터 주식시장엔 남북 경협 테마주들이 뜨고 있다.

남북 경협은 위기의 한국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과거 골드만삭스는 2025년이 되면 한국이 세계 5위 수준의 경제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망의 핵심적인 근거가 남북 경협이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유라시아 대륙으로 연결하면 물류 수출 경쟁력이 30% 이상 높아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핵 문제가 진전되고 적절한 여건이 조성되면 한반도의 경제 지도를 새롭게 그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 벨트로 새롭게 잇고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베이징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리고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 사업들이 추진돼 남과 북이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로 공동 번영할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평화의 경제’ 구상이다.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 북한 내 특구 개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남한에서는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역시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해 활기를 띨 것이다. 또 세계의 유일한 비무장지대인 판문점은 세계적 관광 코스가 될 수 있다. 청년실업 문제도 남북 관계가 급진전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다. 남북 관계가 워낙 변동성이 크고 변수도 많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남북 관계 급진전에 대비해 경제 분야에서 부문별로 협력 과제를 검토하고 착실히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2000년 11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고려호텔에서 만난 북한 직원이 한 말이 생각난다. “기자 선생, 우리 민족 빨리 통일돼야 하지 않겠습네까?”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야죠….”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이 가져온 남북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확대돼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한국이 그동안 지정학적 위기 때문에 감수해야 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신 한반도 평화가 가져다주는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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