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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이젠 ‘밥(食)’이 아니라 ‘소(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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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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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시진핑 2기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소비’

   
 

2018년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자, 시진핑 집권2기가 시작되는 해다. 78년 미국 GDP의 6%에 불과했던 중국은 2017년에 미국GDP의 68%까지 따라잡았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 이젠 거침이 없다. 작년 10월, 제19대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2020년까지 중진국에 도달하고, 2035년에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군사력에서도 미국을 추월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주목할 변화는 계획경제의 나라 중국에서 19대 당대회, 경제공작회의 등의 각종 보고서에서 경제수치 목표가 싹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젠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경제체질개선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주력한다는 의미다. 지난 40년간 중국은 굶주린 14억 인구의 ‘물질의 허기’를 충족시키는 데 올인했지만 시진핑 2기 정부는 문화, 오락, 양로, 관광 등 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정신의 허기’를 채우는 단계로 경제를 업그레이드한다. 체면에 목숨 거는 중국, 가난한 나라라고 괄시 받던 설움을 소비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체면공정(體面工程)을 시작했다. ‘밥(食)’이 아닌 ‘소비(消)’가 시진핑 2기 정부의 정책을 읽는 핵심 키워드이다.

집 사고 나면 차를 사고, 차 사고 나면 모피코트가 팔리고, 다음은 와인 바가 늘어나는 것이 선진국의 소비패턴이었다. 그런데 인당소득 1만 달러를 목전에 둔 중국이 부동산, 자동차, 패션, 음식료로 이어지는 소비의 가치사슬이 폭발직전이다.

중국은 도시화율이 아직 58%선으로 연평균 1.4%씩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연간 1900만 명의 인구가 도시로 진입하면서 연간 750-1000만 채의 주택건설로는 만성적인 공급부족 상황이다. 그래서 버블논쟁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집값이 끝없이 올라가고 있다. 자동차왕국 미국이 연간 1724만대의 자동차를 사는데 중국은 2888만대를 사들이는 세계최대의 자동차소비국이 되었다. 1.2억명의 유커들이 전세계 명품의 46%를 사들이고 전세계 면세점 매출의 절반을 소비하는 나라다. 전세계 9대 명차의 27%를 중국이 소비한다.

한국의 한류특수는 중국의 소비 트렌드에서 보면 소비의 가치사슬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시점에 운 좋게 배를 띄운 덕분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한국기업의 중국에서 고전을 사드문제라고 비난하고 있을 때 아니다. 40년만에 확 바뀐 중국의 정책과 중국소비자의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가는 한국제품의 경쟁력이 본질적인 문제다.

한국기업의 가성비(價性比)시대는 끝, ‘가심비(價心比)’에 승부 걸어야

높은 가성비(價性比)로 북경의 택시시장을 싹쓸이 했고 10%대 점유율을 자랑했던 한국자동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4%대로 추락했다. 화장품을 대표로 하는 소비재도 흔들리고 있다. 1.2억 명의 유커들이 전세계 면세점을 돌아보고 7.7억 명의 인터넷가입자와 14.2억 명의 핸드폰 가입자들이 실시간으로 가격대비 성능을 비교해 본 때문이다.

세계최대의 자동차시장이 된 중국에서 한국은 이젠 소형차 가성비로는 중국차를 못 이긴다. 중국은 천리마에 목숨 걸던 나라다. 시내를 굴러다니는 택시 같은 승용차가 아니라 초원을 바람같이 달리는 천리마 느낌의 럭셔리한 이미지의 차가 먹힌다. 드디어 2자녀 출산을 허용한 중국에선 이젠 5인승 승용차가 아니라 7인승 SUV를 들고 가야 성공한다.

   
 

세계의 명품을 싹쓸이 하는 나라 중국에서 이젠 한국기업이 싼 가격과 상대적인 성능우위로 승부하는 한국제품의 가성비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가구구성원 소득을 합해 차 한대 살 수준이 되면 소비가 폭발한다. 향후 5년간 중국에서는 4억명의 새로운 인구가 인당소득 1.2만달러대로 진입하는 대소비시대다. 한국, 이젠 가성비가 아니라 마음에 들면 가격에 상관없이 물건을 사들이는 중국인의 마음을 관통하는 가심비(價心比)에 승부 걸어야 한다.

지금 중국사회의 관심은 여성, 건강, 환경에 가 있다. 한 자녀 낳기 40년만에 중국 여성은 밥상권력, 출산권력, 통장권력을 모두 장악한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다. 연간 출생인구가 2500만명 이상이었던 부유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시니어산업을 폭발시키고 있다. 그리고 삶의 질 개선에 환경요소는 필수다.

그래서, 화장품을 예로 들자면 기초, 색조화장품이 아니라 이젠 시장을 더 세분해서 부유한 중장년 여성을 위한 친환경, 천연재료, 그리고 단순 화장품이 아닌 피부노화를 막는 안티에이징에 제약과 화장품이 결합된 코스메디칼제품으로 중국에 없던 새 제품과 브랜드로 공략하는 식이어야 한다.

‘유커 쇼크’ 다음에 찾아올 중국의 ‘신기술 쇼크’에 대응해야

한국이 유커 쇼크에 매달리는 동안에 중국은 신기술 분야에서 이미 저 멀리 가고 있다. 인터넷강국, 모바일 강국 한국이 유커 쇼크에 이어 공유경제와 4차산업혁명에서 차이나 쇼크에 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지금 현금도, 점포도, 사람도 필요 없는 무소유(?)사회로의 진입이다. 7.7억 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4.2억 명의 핸드폰가입자가 만든 플랫폼경제가 중국을 뒤집어엎고 있다. 위챗과 알리페이가 만든 무현금 사회는 길거리 거지마저도 현금이 아닌 QR코드로 구걸하는 무현금사회를 만들었다. 중국 유통업의 중심이었던 백화점과 로드샵들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중국의 소비권력인 20-30들이 시작한 온라인구매가 만든 현상이다. 중국의 전체인구에서 30대 이하의 비중은 43%지만 온라인 소비비중은 75%가 넘는다. 그리고 QR코드와 스마트폰 그리고 생체인식보안 시스템을 기반으로 빙고박스를 필두로 각종 무인편의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전통산업에서 중국은 전세계에 있는 제품을 모두 베낀다는 C2C(Copy to China)로 불렸다. 하지만 O2O, 공유경제, 4차 혁명 분야에서는 이젠 CFC(Copy from China)다. 한국도 이젠 중국의 선생님이 아니라 중국을 카피해야 하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철강, 화학, 조선, 기계, 가전 등 전통제조업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선생님이었지만 공유경제, 4차혁명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거나 빠른 것이 없다. 사업뿐만 아니라 정책, 제도도 마찬가지다. 이젠 한국이 봐야 할 것은 요커의 숫자가 아니다. 요커 쇼크 다음에 찾아올 신기술에서 차이나 쇼크를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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