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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감상
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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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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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 칼럼니스트

조상의 얼을 지니지 못한 민족은 수 천 년 역사를 지닐 수도 없다.
다민족 사회에서 고유문화를 다른 민족들과 공유하며……

   
 

어렸을 적 기억으로는 설날보다 대보름날이 더 특이했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민 생활을 하다 보니 절기에 대한 감각이 없이 지내는 게 현실이다. 전통적인 농업 사회에서 우리 조상들은 음력 절기에 따라서 농사일을 집행해 나갔다. 또한 어업에 종사하는 선조들도 음력을 기준으로 조수의 들고 남을 파악했고 거기에 따라 어업활동을 펼쳐나갔다.

농경민족적인 기층문화를 형성해온 우리 조상들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여러 가지 대보름 행사를 치러왔다. 달을 기준으로 한 농업이기에 달은 한 해 농사와 관련된다. 정월대보름에 집중적으로 행해지는 여러 풍속은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많다. 한 예로 달맞이 할 때 보름달이 크고 밝으면 풍년으로, 윤곽이 엷거나 붉으면 흉년으로 점치기도 했다.

농사일은 하느님과의 동업(?)으로 하는 사업이었다. 인간의 힘은 하느님의 위력 앞에선 너무 초라했다. 가뭄, 풍수해,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명절이 있었기에 마음은 풍요로웠고, 인심은 후하였다.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는 새해맞이 잔치분위기가 이어지는 게 보통이었다. 전통적으로 이어 내려왔던 대보름 풍습을 회상해본다.

대보름날 아침에 땅콩, 호도, 잣, 은행, 날밤 등의 껍질이 딱딱한 과일을 깨물며 ‘일년 열두 달 무사태 평하고 부스럼(종기)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하고 축원한다.

부럼은 껍질이 단단한 과일들의 총칭이기도하고 부스럼의 줄인 말인 ‘부럼’이기 도 하다. 피부가 이처럼 단단해져서 종기가 안 나도록 해주십사하는 뜻과 부럼을 깨물어서 치아를 튼튼하게 하려는 의미가 있다.

대보름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친척이나 친구를 찾아다니며 이름을 부르고 상대방이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게’한다. 이렇게 하면 그 해의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내 더위를 사 가게’하면 오히려 더위를 사는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되었다.

정월 첫 자일(子日, 쥐날)에 밭두렁이나 논두렁에 일제히 불을 놓아 잡초를 태운다. 불의 크기가 그 해의 풍년, 흉년을 좌우한다하여 마을끼리 경쟁적으로 불을 키우기도 했다. 이날 들판을 불 지르는 것은 쥐를 박멸함과 동시에 논밭의 해충을 제거하고 새싹을 왕성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횃불 싸움은 주로 청년들끼리 마을 대항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그 집의 가족수대로 싸리나 짚으로 홰를 만들어 풍악을 울리며 횃불로 때리며 싸운다. 승패는 항복하는 사람이 적은 마을이 이기는 것으로 가려지는데 지는 쪽은 그 해 흉년이 든다고 했으므로 장관을 이루며 치루는 행사였다.

이 외에도 귀밝이술, 과일나무 시집보내기, 지신밟기, 다리밟기, 장승제, 연날리기, 윷놀이, 사자놀음, 놋다리밟기, 강강술래 등이 대보름에 행해졌으며, 마을 사람들의 협동을 필요로 하는 힘차고 진취적인 놀이인 고싸움놀이, 차전놀이, 나무쇠싸움, 용호놀이, 줄다리기 등도 했다. 이렇게 한바탕 잘 놀고 나면 마을끼리의 단합도 잘되어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농사일도 한결 수월하게 해내게 되는 것이다.

이민 사회에서는 문화의 동결현상( 凍結現狀)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민을 떠날 때의 생활 문화가 보존되어 몇 십 년이 흐른 뒤에도 그 생활습관을 재생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지난 50여년 사이에 너무 변해버려 전통문화가 보존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다. 농촌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더욱이 농촌에서는 자라나는 세대를 볼 수가 없는 현상이다. 오히려 해외 이민 사회에서 이를 재현하고 후세들에게 조상의 얼을 전수시키는 일이 더 수월할 지도 모른다. 조상의 얼을 지니지 못한 민족이 수 천 년 역사를 지닐 수도 없는 일이며 그러한 후손들이 뿌리 깊게 다민족 사회에서 자기 위치를 확립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박해와 차별을 받으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집시들을 되돌아본다. 그들은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없고 나라도 없었으므로 신분을 보장받을 기록물도 없다.

우리 한민족도 세계만방에 그냥 뿔뿔이 흩어져 개별적인 삶만 이어간다면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도 집시 같은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 조상의 역사와 문화를 고이 간직하고 고유한 문화를 다민족 사회인 뉴질랜드에서 다른 민족들과도 공유하면서 뿌리내리기를 하여야 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한인보다 규모가 크기도하지만 그들은 결속력이 강하여 뉴질랜드 내에서도 중국커뮤니티는 중량감이 크게 작용한다.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 기간에 오클랜드 시내 도메인 파크에서 실시되는 랜턴 페스티벌(Lantern Festival)은 금년으로 19년 째 계속되는 행사이다. 연 인원 수십 만 명이 참여하는 오클랜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도 정월대 보름 기간에 한인의 날을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전통 문화를 다른 민족들과 함께 즐기도록 하는 프로그램 이 이루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래 오클랜드 한인의 날은 10월-11월에 실시되어오다가 2002년부터 민족 고유 명절인 설날기간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받아들여 2월로 앞당겼던 것이다. 그러나 연초 준비 기간 등으로 날짜가 밀리다가 4월에 시행하는 것으로 관례화되어가고 있다. 날씨 사정을 참조하더라도 4월 보다는 2월이 훨씬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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