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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南流’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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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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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 논설위원

   
 

독일 통일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당시 서독 방송이다. 1961년 9월부터 서독 정부는 대(對)동독 프로그램을 만들어 송출하기 시작했고, 독일 통일 때까지 이 방송은 계속됐다. 동독 주민 80%가 즐겨봤던 프로그램은 서독 공영방송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었는데, 동독 내에서 일어나는 시위소식도 서독 TV를 통해 더 많이 접했다. 경찰이나 군대 등은 서독방송 채널을 틀지 못하도록 땜질을 하기도 했지만, 자유의 목소리를 막을 순 없었다.

지난 2월 판문점을 통해 월남한 북한군 오청성 병사는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소녀시대의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할 정도로 북한 젊은층 사이에서 한류 바람이 거세다고 한다. 주로 중국이나 남측에서 대북 전단과 함께 보내는 USB, CD 등을 통해 접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불시에 소지품을 검사한 결과 남한 노래가 담긴 USB 등이 대량 수거돼 당국이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했는데 북한의 현실에 맞게 김부자(父子)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개사돼 불리기도 했고,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은 김정일과 부인인 고용희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라고 한다. 젊은층 사이에선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 장성택 등 김정은에 의해 총살된 이들을 풍자하는 뉘앙스도 있다고 한다. 1, 3일 두 차례 열리는 남측 가수들의 북한 공연 실무회담 때 우리 측이 이런 점 때문에 백지영의 노래를 거부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북측이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하태경 의원이 탈북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는 안재욱의 ‘친구’,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이선희의 ‘인연’, 이승철의 ‘그 사람’ 순인데 안재욱의 ‘친구’는 중국 노래에 ‘못 믿을 이 세상 너와 난 믿잖아’ 등의 가사가 북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아주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날라리풍’ ‘자본주의 퇴폐문화’라며 단속을 벌이지만 가수들의 공연을 김정은이 관람하는 마당에 막을 명분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대북 방송을 대폭 줄였다고 한다. 북한 주민은 간절히 원하는데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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