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일본 거주 외국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이인하(李仁夏) 목사가 간질성 폐렴으로 인하여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그는 재일대한기독교회 가와사키(川崎)교회 원로목사로 재일한국YMCA 부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재일한국YMCA 김수남(金秀男) 총무는 7월 1일자 부고를 통하여 소수 친지들에 의한 조촐한 장례 의식 후 7월 12일 재일대한기독교회 도쿄교회에서 일반 조문객을 대상으로 영결식을 거행한다고 했다.
이인하 목사는 1925년 경북 구미의 가난한 가정에서 누나와 누이동생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친이 조선총독부의 하급관리가 되어 함경북도에서 아편재배 감시 일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친일파’ 가족으로 따돌림을 받았다. 1940년 15세 때 가족을 떠나 일본에 건너왔으며 이듬해 교토(京都)의 불교계 중학교에 편입했다. 1945년 8월 그는 학도동원 되어간 군수공장에서 해방을 맞았다.
전반적으로 일본 도항 때의 기대와는 달리 중학교 안에서 민족차별을 받으며 절망에 빠져있을 때, 그는 그의 운명을 결정짓는 스승 와다(和田正)를 만나게 된다. 신임 교사로 부임한 와다는 식민지 출신 학생들을 격려하고 자택에 불러 당시 적국의 언어인 영어를 비밀리에 가르쳤다. 이때 교재로 사용된 것은 영어 바이블이었다. 나중에 목사가 되는 와다는 이때 이미 영어를 통해 선교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민지 소년 이인하는 와다 선생의 인도로 1942년에 세례를 받았다. [明日に生きる寄留の民, 新敎出版社, 1987年]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일본과 캐나다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1953년부터 목사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의 교회에서 초빙하겠다는 전갈을 받고 그는 일본인 부인에게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하고 귀국을 준비하던 차에 장남의 갑작스런 질환을 만나 결국 귀국을 포기하게 된다. 1959년 도쿄 근처의 가와사키 교회에 부임한 이 목사는 그 후 이곳을 중심으로 선교와 함께 재일동포의 취업차별, 지문날인, 일제시기 군인ㆍ군속에 대한 원호법의 국적 조항 등에 맞서 철폐 운동에 앞장섰다. 특히 1970년 재일동포 2세 박종석(朴鐘碩)의 ‘히타치 취업차별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취업차별 철폐운동은 일본인 목사와 지식인들과 연대하는 운동으로 확대되어 일본사회에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990년대 들어 이 목사는 재일동포 문제뿐 아니라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인권 신장 운동을 위해 주력했다. 중국과 브라질 필리핀 등으로부터 대거 유입되는 외국인에 대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가와사키시에 복지시설 ‘후레아이관’과 복지법인 ‘청구사(靑丘社)’를 설립했다. 같은 기간 그는 일본 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 의장과 가와사키시 외국인협의회 의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생전에 기독교와 인권에 관한 수많은 논저를 내놓았다. 최근에 발간된 저서에서 그는 ‘동화(同化)가 아니라 공생(共生)을’ 이라는 그의 평생 인권운동 지표를 제목으로 한 서문을 통해, “과거 전쟁 직후의 생존 투쟁, 일본 국가의 단절 정책에 기인하는 피차별 경험에 의한 굴절, 재일동포 2세의 자각에 의한 히타치 제작소 취업차별 투쟁 등으로부터, 법적 제도적 차별 투쟁, 일제시기 군인의 전후보상을 요구하는 투쟁은, 단순히 국가제도의 차별성과 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편견을 만들어내는 뒤틀린 역사인식과의 투쟁이며,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최종편집 : 2024.4.19 금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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