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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졌다니까요"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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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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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 변호사·노동법

   
 

LA서 30년간 일식당을 운영해 온 최 사장은 요즘 불만이 많다.

최 사장은 "오랜 기간 식당을 운영했지만 요즘처럼 종업원 문제가 많았던 적이 없다"며 "요즘 왜 이렇게 소송이 많은지 올해 들어 벌써 직원 세 명이 다쳤다고 소송을 걸었다"고 말했다.

물론 가주의 노동법이나 고용법이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전체적인 틀은 항상 같다. 단지 최 사장이 노동법을 준수해야 할 필요를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뿐이다.

예전에는 오버타임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타임카드를 고용주가 대신 적어도 종업원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직원에게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고용주도 많았다.

그런데 종업원은 그렇지 않다. 이미 주류사회의 종업원이나 한인 2세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웬만한 한인 업소의 종업원들도 요즘은 노동법 변호사 뺨칠 정도로 자신의 권리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엉터리 노동법 지식을 그럴듯하게 말해도 한인 고용주들은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노동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오버타임, 페이스텁, 휴식시간 같은 기본적인 개념은 말할 것도 없고 병가, 출산, 임신과 관련된 '유급병가(paid sick leave)', FMLA, CFRA, PDL 같은 고차원의 법 개념은 한인 업주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용어다.

고용주와 종업원 사이에만 이런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부장님과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도 노동법, 고용법 준수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LA지역 한인 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는 정모씨는 "내가 25년 전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유급 병가니 출산휴가니 그런 게 어디 있어. 일할 게 있기만 해도 행복하던 시절인데. 요즘 젊은이들은 뭐 그렇게 따지는 게 많고 툭하면 쉬고 놀러 가려고만 해"라고 말한다.

정 부장의 시계는 25년 전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아무리 1.5세, 2세 직원들이 노동법에 대해 말을 해도 우이독경, 마이동풍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정 부장의 입장에선 자신이 평사원일 때 이런 노동법 또는 고용법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점이 아쉬울 수 있다. 그렇다고 부하 직원이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막으면 큰일 난다.

한 예로 지난해 의회에서 바뀐 법에 따르면 가주에서 50명 이상 업체에만 시행 중이던 무급 출산 휴가 제공 규정이 2018년 1월 1일부터는 20~49명 사업체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아기가 태어나면 산모뿐 아니라 배우자도 1년 내 휴가를 신청할 경우 12주까지 무급 휴가를 허용해줘야 한다. 게다가 이후 직장으로 복귀할 경우 출산 휴가 전과 같은 위치로 복귀를 보장해야 하며, 특히 출산 휴가 권리를 행사하는 직원에게 고용주는 차별이나 보복 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

배우자에게도 적용되는 출산 휴가 사례를 보면 실제 지난 2015년 영화사 21세기 폭스사에서 회계 담당으로 근무했던 한인 브라이언 전씨가 "회사가 출산 휴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한 경우도 있었다.

당시 전 씨는 출산 3개월 후 산후 우울증을 겪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회사에 무급 휴가를 신청했으나, 복귀 후 보복성 해고를 당했었다.

이렇게 노사 간, 직원 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변호사로서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이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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