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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이라는 감기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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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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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회 / 논설실 부국장

   
 

지난 12일 필라델피아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경찰이 자리에 앉아 있던 흑인 2명에게 수갑을 채웠다. 백인으로 보이는 다른 손님이 경찰에게 "이 사람들이 뭘 했다고 (이러는 거냐)" 따진다. "내가 쭉 봤는데 저 사람들은 아무 짓도 안 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스타벅스 인종차별 영상 내용이다. 이후 나온 전후 사정은 이렇다. 흑인 손님이 주문하기 전에 화장실을 사용하려다 거부당하자 자리에 앉아있었다. 매니저는 소란과 무단침입으로 911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갔다.

두 흑인이 소란을 일으켰다는 증언은 없다. 흑인 손님의 행동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은 무언가를 사지 않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거나 업소에 앉아있을 수 있느냐다.

우선 화장실. 많은 업소는 손님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화장실 사용을 못 하게 한다. 화장실을 사용하려는 이들과 무료로 이용하지 못 하게 하는 업소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화장실을 놓고 벌어지는 신경전은 모두 공중 화장실이 없는 탓이다. 소매업소는 결과적으로 공중 화장실 역할을 떠맡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억울한 면이 있다. 소매업소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뭐라도 안 사면 화장실 못 쓰게 한다고 너무 소매업소를 원망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똑같이 물건을 사지 않았는데 백인은 되고 흑인은 안 되는 경우다. 스타벅스 매장이 인종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 영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당연히 인종차별 논란이 이어진다.

다음은 그냥 앉아있어도 되는가 하는 문제다. 두 흑인은 사업상 만나기로 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렸다가 일행이 오면 주문할 수 있다. 흔한 일이다. 시끄럽게 한 것도 아닌데 소란과 무단침입으로 신고하고 출동한 경찰은 수갑까지 채워 연행하는 것을 인종차별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설사 일행이 온 뒤에 주문을 하지 않았다 해도 소란·무단침입 신고, 수갑, 체포가 인종과 무관하게 적용됐을까 의문이다.

스타벅스는 빠르게 대응했다. 최고경영자가 즉각 사과하고 다음 달 29일 매장 8000여 곳의 문을 닫고 직원 17만5000명에게 인종차별 예방 교육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대응이 과하다, 적절하다로 엇갈리지만 스타벅스가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임은 분명하다. 스타벅스는 이전에도 여러 번 인종차별 논란을 낳았다. 주문표에 '칭'이라고 쓰거나 컵에 찢어진 눈을 그리는 등 아시안 비하 행위를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스타벅스가 보인 무신경에 가까운 대응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이사회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테이프를 보니 그녀(매장 매니저)가 무의식적인 편견을 드러낸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남북전쟁으로 노예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이 1865년이다. 이후 노예제도는 흑백분리 제도로 바뀐다. 흑백분리 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은 노예해방 100년 뒤엔 1964년 민권법이다. 흑인의 투표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법인 선거권법도 1965년에야 만들어진다. 제도는 바뀌어도 습관은 남는다. 흑백분리는 공식적으로 불법이지만 민간과 개인 영역에서 온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슐츠 회장이 말한 "무의식적인 편견" 속에 남아있다. 이 편견은 감기처럼 면역력이 약해지면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전 직원 교육 뒤에도 스타벅스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진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다만 밀레니엄 세대의 40%가 유색인종인 상황에서 이들의 구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왜 스타벅스가 재빠르게 대응했는지 짐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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