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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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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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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현 / 중국정법대 교수

   
 

북한은 1994년 9월 군사정전위원회 중국대표단을 거의 강압적으로 판문점에서 쫓아냈다. 자진 철수 요구를 거부하자 대표단 숙소에 전기와 물을 끊어 압박했다. 중국은 할 수 없이 자국 대표단을 불러들였다. 그러면서 철수가 아닌 소환이며 정전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언제든 다시 보내겠다는 의미였다. 이후 중국대표단은 정전위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으려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무효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한중 수교 보복조치로 받아들였다. 한미 양국과 수교한 중국이 참전국 자격으로 정전위에 남아 있는 건 맞지 않는다고 북한이 줄곧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 후로도 중국이 정전협정체제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배제했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종전 선언 주체를 논의하면서 북측은 `3자 또는 4자`를 제안했다. 문제는 `3자`였다.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면 북한, 미국, 중국이 참여하고 한국은 빠진다. 그렇지 않고 당사자면 중국이 빠지는 구조다. 논란이 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남측은 `직접 관련 당사자`로 바꿔 한국 참여를 명확히 하려 했다. 하지만 북측은 김 위원장의 지시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1년 전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종전 선언 주체를 남·북·미 3자로 하면서 중국이 빠진 것이다. `종전 선언은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정치적 선언이다. 중국은 한국, 미국과 수교함으로써 적대관계가 해소됐다. 또 정전협정 서명국이긴 하나 정전위에서 오래전 철수했다. 정전협정체제의 핵심 당사국으로 보기 힘들다`는 이유다.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다. "한국전 참전으로 18만명이 희생됐고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인 중국을 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주 북한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중국 참여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종전 선언에서 출발해 평화협정 체결 순으로 진행된다. 첫 단추인 종전 선언에서 빠지면 평화협정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은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남·북·미 3자 사이에 조율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차단을 위해 3자가 의기투합한 것 아닌가 의심하는 건 이 때문이다.

중국의 고민은 깊어간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남·북·미 3자가 주도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건 무력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이다. 북한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건 미국이 유일하다. 중국이 끼어들 여지도, 역할도 없다. 미·북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면 3자 구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북한이 자꾸 중국을 우회하는 것도 불만이다. 북한은 과거 미국에 접근하기 위한 통로로 중국을 활용했다. 그러나 그 역할은 지금 한국이 대신하고 있다. 북핵 협상의 유일한 무대였던 6자회담은 오간 데 없다. 의장국으로서 크고 작은 협상을 주도하면서 중재·조정역을 자임했지만 지금은 남·북·미 3자가 거래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꾀하려면 미국의 지지와 협력이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에 경도되기라도 하면 중국으로선 악몽이다. 중국의 북한 카드는 효력이 떨어지는 반면 남북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한미군 주둔 용인설`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어떡해서든 이 판에 끼어들어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한반도 지각 변동은 시작됐다.새로운 힘의 질서가 태동할 조짐도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이 종전 선언 참여를 주장한 이상 머지않은 시기 가부간 결론을 내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에 무엇이 유익한지, 남·북·미·중을 만족시키는 `이익 균형점`은 어디인지 대국적 관점에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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