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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냐 ‘보통’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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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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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최대한의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미사일을 펑펑 쏴올리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전문가들은 “곧 대화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창올림픽이란 멍석이 펼쳐지면서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3월 말과 5월 초 김정은의 두 차례 방중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6년 이상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의 과거만 보고 현재와 미래를 못 본 까닭이다.

김정은에게 중국이 베푼 환대는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장관보다 센 당 간부가 국경도시로 달려가 영접하고, 서열 5위의 상무위원이 배웅을 위해 베이징역 플랫폼까지 내려갔다. ‘혼밥’ 논란을 부른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때와의 극명한 대비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던 게 사실이다.

동시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 ‘보통’의 국가 관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수’한 그 무엇이 북·중 관계에 지금도 존재한단 말인가. 마오쩌둥(毛澤東)과 김일성의 시대엔 분명 그랬다. 이 분야 권위자인 선즈화(沈志華) 교수는 “마오는 김일성에게 쌀이든, 땅이든, 사람이든 모두 다 줬다”고 말한다. 쌀은 경제 원조, 사람은 6·25 참전, 땅은 1962년의 북·중 국경 획정 때 백두산 천지를 비롯해 상당히 많은 영토를 중국이 양보한 사실을 뜻한다.

북·중 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두 나라의 향후 행동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북·중 관계에는 특수·정상관계의 두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더 본질에 가까운 것인지는 자명하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에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속담(중국에도 같은 속담이 있다)을 인용하며 “북·중 관계란 원래 그런 것이냐”고 물었더니 주저 없이 “국가 이익에 대한 판단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새로울 것 없는 얘기지만 그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동북아 질서의 대전환을 각자의 방식대로 꿈꾸고 있는 지금, 북·중 갈등 청산은 양측 다 이익이다.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난 뒤 태도가 바뀌었다고 트럼프는 불평했지만,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싱가포르 담판장에 갖고 나갈 패를 한 장 더 챙기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김정은의 방중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방식이 ‘특수’하게 보였을 뿐 만남 자체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운전대를 잡았다고 자만하거나 ‘차이나 패싱’ 운운하며 중국을 따돌렸다고 속단할 일이 아니다. 동북아 체스판의 플레이어들이 펼치는 현란한 행보를 지배하는 행동원리는 국익이란 잣대다. 이런 때일수록 게임의 룰을 꿰뚫어 보는 냉철함을 잃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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