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8.6.20 수 18:19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앵그리 곤살레스’의 10代 정치
동아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2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조은아 / 국제부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참사 생존자인 에마 곤살레스 양이 3월 24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희생된 친구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우리의 투쟁을 살아나게 해준 당신과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당신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미국에 사는 한 50대 남성은 최근 트위터에 감사의 글을 남겼다. 중년 남성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은 상대는 아직 10대인 에마 곤살레스 양. 1999년생인 그는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 참사의 생존자다. 그는 3월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 워싱턴 집회에서 삭발한 채 결의에 찬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 주목받았다. 그는 총기 사고로 희생된 친구 이름을 하나씩 부른 뒤 잠시 침묵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는 “내가 이곳에 올라온 지 6분 20초가 지났다. (총기 참사 당시) 이 정도의 시간에 17명의 친구가 사라졌고 15명은 다쳤다”고 말해 어른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온라인에서 총기규제 운동을 이끌고 있다. 곤살레스의 트위터 팔로어는 162만 명.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전미총기협회(NRA) 트위터 회원 수(67만5000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같은 ‘앵그리 10대’의 부상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10대들이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어른들이 뭉그적거리는 바람에 사회 문제가 끊이지 않자 아이들은 답답함을 참지 못해 나선다. 영국 ‘옵서버’가 최근 소개한 런던의 18세 고교생 아미카 조지 양도 마찬가지다. ‘여성평등 운동가’인 조지 양의 고교 앞에서는 방송국 차량 기사가 종종 대기한다. 학교 수업을 듣던 그를 빨리 태워 출연 시간에 늦지 않게 방송사로 모시기 위해서다. 조지 양은 지난해 자기 또래 소녀들이 가난 탓에 생리대조차 사지 못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를 더욱 분노하게 한 건 문제를 알고도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였다. 그는 ‘어른들이 해결 못하니 내가 하겠다’며 온라인에서 이들을 돕는 국민청원을 시작해 한순간에 여성운동가가 됐다.

10대들에겐 소셜미디어가 캠페인의 동반자다. 인도 동부 비하르주에서는 1월 여학생들이 조혼에 항의하는 뜻으로, 어른들과 함께 인간 띠를 만들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해 화제가 됐다. 방글라데시에서도 10대 소녀 수천 명이 최근 아동 결혼을 막자는 ‘결혼을 막는 사람들’ 운동을 이끌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접한 ‘소녀는 신부가 아니다’ 캠페인을 벤치마킹했다.

‘앵그리 10대’는 벌써 정치 지형을 바꿀 조짐을 보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0대들이 수도 워싱턴에서 18세부터 보장되는 선거권을 16세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고 시의회 의원 절반 이상이 이미 16세부터 선거권을 보장하는 개정안에 찬성했다”고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날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젊은이들의 신규 유권자 등록이 급증하고 있다. 10대와 20대 등록이 예년보다 늘면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애리조나주, 플로리다주 등 경합 지역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선거권 연령 낮추기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다. 찬성하는 이들은 많은 10대가 민주주의를 일찍 배우고 자신이 누구인지, 사회를 바꾸기 위해 미래에 어떤 직업을 택할지를 고민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반면 10대의 정치 활동을 여전히 회의적으로 보는 어른도 많다. 곤살레스 양을 비롯한 10대 활동가들의 트위터에는 ‘네가 뭘 알기는 하냐’는 뉘앙스의 댓글이 붙는다. 워싱턴 지역 라디오 방송 ‘WMAL’의 프로그램 진행자 크리스 코어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16세는 신용카드를 소유할 수 없는 나이인데, 이 나이 아이들은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다. 18세가 돼야만 사고가 잘 형성돼 투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점은 요즘 10대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소셜미디어로 더 많이 경험하고 사고한다. 최근 유럽에서 부쩍 늘어난 30대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인보다 생활 밀착형 정책을 더 잘 내놓고 혁신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앵그리 10대’들도 이들처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이 일찍이 터득한 민주주의를 숙성시켜 우리 사회의 정치인, 또는 자기 일상의 정치인으로 크길 기대해 본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