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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의 빈곤, ‘행복의 역설’에서 벗어나기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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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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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하 / 논설부 주임

   
 

요즘 들어 부쩍 떠오르는 말이 있다. ‘풍요속의 빈곤’이란 말이다. 많은 것이 풍요로운데 분명히 뭔가 많이 부족하고 허전하고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현시대를 일컬어 ‘풍요 속 빈곤’의 시대라고 까지 말한다.

풍요라는 말은 흠뻑 많아서 넉넉하다는 것이고 빈곤이라는 말은 가난하여 살기가 어렵다는 것으로 풍요와 빈곤은 상반된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찌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원래 풍요속의 빈곤은 경제용어로 부유한 사회가 소비보다 저축을 더 하려는 경향으로 인해 도리어 빈곤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갑자기 풍요로워졌지만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경제는 불균등과 불공정 속에 각종 모순적 요소로 얼룩졌고 이를 보다 못한 세계경제학은 풍요속의 빈곤이란 표현으로 대변하고자 했다. 하지만 6세기가량이 지난 오늘날 사람들은 또다시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을 떠올리고 있으며 이제는 분명 경제학의 경계를 넘어 사회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풍요롭고 넘쳐난다.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하면서도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만끽하는 듯하다. 신상품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음식도, 상품도 비싸야 잘 팔린다고 한다. 어떤 물건이 급히 필요하거나 여유 돈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백화점을 기웃거리고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는 일은 최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퍼진 습관이다. 현대인은 필요를 넘어선 소비를 하는 ‘과소비’사회에서 살고 있다.

옛날에는 동네에 전화기 한대만 갖고 썼는데 오늘은 누구나 손에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모양이 구식이라고 싫증내고 새것을 바꾸기도 한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연길시 거리에는 자가용차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골목마다, 거리마다 자동차들로 붐벼 온 도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얼마나 풍요로워졌는가?

옛날에는 눈깔사탕 하나만 있어도 고무신 한 켤레만 있어도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에는 집을 새로 바꾸고 자동차를 새로 사도 행복하지가 않다. 좋은 것을 갖고도 자기가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면 즐겁지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부족하다고 싶으면 스스로 빈곤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상대적 빈곤이라고도 한다.

왜 우리는 엄청 더 잘 살게 되고 물질적인 면에서도 엄청나게 발전했음에도 삶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게 되는 걸가…

아무리 식량을 많이 쌓아놓아도 만족할 줄을 모르며 항상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애쓰던 초기 인간은 살아남고 번식하여 그들의 유전자를 우리에게 물려준 결과 우리는 불만족이라는 DNA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성공하거나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신체는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코티솔을 더 많이 분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거에는 평범한 사람은 부자가 어떻게 생활하는 지 알 수가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고급 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부자들이 사는 집, 몰고 다니는 차를 비롯해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모르는 것이 약이고 아는 것이 병이라던가. 화려한 삶을 보여주는 부자들의 삶은 보통 사람들이 소유하는 것을 하찮게 보이도록 불안을 유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웃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허세를 부리는 ‘관계 불안’ 또한 사람들이 자신을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또 다른 이유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대부분 사람들은 ‘내 집이 우리 가족에게 적당한가?’ 하는 생각을 접고, ‘내 집이 이웃집보다 더 좋은가?’를 많이 따진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네가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문화가 형성되어있는 아일랜드는 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이나 스위스의 절반 이하지만 행복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는 사실은 행복의 본질에 대해서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어찌 보면 풍요 속의 빈곤은 모든 사람이 느끼는 시대의 최대 ‘선물’이기도 하다.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들어서며 주문도 하기 전에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내내 짙은 침묵 속에 대화 없이 데이트를 즐기는 요즘 신세대 연인들의 모습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홀로 돌아가고 있는 TV를 앞에 두고 대화 없이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무엇을 찾고 있는 부부의 모습에서 지난 세기 30년대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타임즈>의 후속편을 보는 듯하다.

새삼 우리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는 손익불변의 법칙은 어느 시대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며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 어느 한 구석에 또 다른 빈곤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먹거리, 좋은 차, 좋은 집에 살면 무엇 하겠는가. 정말로 중요한 것들을 가벼이 여기며 풍요 속의 빈곤을 자초하고 있다면 영원히 ‘행복의 역설’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현대병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행복은 바이올린처럼 연습을 통해야 가능해진다.”라는 영국의 평론가 존 러벅의 말처럼 행복은 삶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도리와 배려라는 걸 마음속에 잘 간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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