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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移植해야 할 '실리콘밸리 DNA'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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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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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벡 와드와 / 카네기멜런대·하버드대 로스쿨 특별연구원

'비판 경청'하며 '스스로 재창조'하는 게 최고 혁신 허브 된 비결
규율과 순응 위주였던 한국도 다양성과 異見 토론을 적극 북돋워야

   
 

나는 2009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와서 살고 있다. 외국 출신자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혁신을 주도하는 경쟁력이 궁금했다. 실제로 이곳 기업의 52%는 비(非)미국계가 세웠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어도비(Adobe)의 최고경영자(CEO)는 지금도 인도 출신이 맡고 있고,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실리콘밸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원천은 '다양성'과 '문화'라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실리콘밸리는 세계 각지에서 온 잘 교육받은 사람들로 구성된 용광로이다. 사람들을 기술과 능력이란 기준에서만 판단하고, 토론과 이견(異見)을 환영하며, 정보를 스스럼없이 공유한다. 실리콘밸리는 '경쟁'과 '협력'이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사회적 연결망인 것이다.

초기에 나는 실리콘밸리의 열렬한 지지자였지만 큰 모순이 있음을 알았다. 대다수 CEO와 벤처 투자자들이 남성이고, 여성은 차별받고 있었던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창의적이며 감성적이라는 점에서 실리콘밸리는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나이 어린 대학 중퇴자들이 가장 성공적인 기업을 만든다'는 잘못된 편견도 단단했다. 이곳의 유명 벤처 투자사 대표인 비노드 코슬라는 "35세 이하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고, 45세 이상은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이끈 듀크대·하버드대 연구팀은 성공을 거둔 IT 기업 경영진의 중간 연령은 39세임을 확인했다. 60세 이상 경영자들이 20대 이하보다 두 배 많았고, 50대 이상도 25세 이하보다 두 배나 됐다. 이 중 92%가 대학 학사 학위를 갖고 있었고 31%는 석사 학위, 10%는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애플과 페이스북·구글이 만든 제품 상당수가 타사의 복제품들일 만큼 실리콘밸리는 지식재산권 보호에서도 문제가 많다.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분명히 불완전하다. 하지만 '비판을 경청'하고 '스스로 재창조'하는 능력은 이곳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나는 여성과 고령의 경영자들이 겪는 차별 실태와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판적 글들을 썼다. 거센 비난도 나왔지만, 더 강하게 밀어붙이자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은 경청해주고 조직 운영에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벤처 투자자들은 여성을 투자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은 미국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에도 귀를 기울였다. 미국 정부는 수십만명의 숙련된 이민 노동자들에게 영구 영주권을 주지 않고 임시 비자만을 발급했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미국을 떠나 중국·인도 등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일론 머스크와 마크 안드레센 넷스케이프 설립자,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회장이 이민 정책 비판을 적극 지지해 주었다.

지난달 나는 '실리콘밸리 포럼'으로부터 제21회 '비저너리 어워드(Visionary award·혁신을 선도한 리더나 통찰력을 제공한 이에게 수여하는 상)'를 수상했다. 앤디 그로브 전(前) 인텔 회장, 고든 무어 인텔 공동 설립자, 빌 게이츠 MS 창업자 등 실리콘밸리를 만든 100여명이 그동안 이 상을 받았다. 나는 이러한 전설적인 인물들과 같은 급(級)이 아닌 데다가 실리콘밸리에 쓴소리를 주로 해왔다는 점에서 선정 통보를 받고 매우 놀랐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를 지금과 같은 세계 최고의 혁신 허브(중심)로 만든 것은 비판을 수용하고, 다양성을 지지하며, 이를 통해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자세임을 재확인하게 됐다.

이곳과 달리 한국인들은 '규율 지향적' 문화에 익숙해 있다. 이는 과거 군사적 필요와 속도를 강조하는 근로 태도에서 비롯했다. 다양성과 토론은 주 관심사가 아니었다. 3차 산업혁명기의 제조업 선진국이 되는 데는 규율과 순응을 중요시하는 이런 문화가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4차산업 혁명시대에 필요한 건 창의성과 혁신이다. 이는 오직 다양성과 이견(異見) 속에서만 가능하다. 한국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밀을 배우고 핵심 DNA를 이식(移植)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 청년과 중장년층,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서로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과 대안을 말하는 이들을 벌(罰) 주기보다 북돋고 격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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