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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취없자는 없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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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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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2018년 5월 26일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 외벽을 타고 올라가 5층 높이 난간에 매달려 있던 아이를 구한, 말리 출신 불법 체류자 마무두 가사마가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를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대화를 가진 뒤, 그에게 프랑스 시민권을 부여하는 한편, 소방관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4월 17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주상복합건물 신축현장 화재에서 몽골인 불법 체류 노동자 네 명이 동료 한국인 노동자들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 법무부는 그들에게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한 유효기간 1년의 합법적 체류 자격을 주고, 일자리도 알선해 주었다. 불법 체류 외국인의 범죄, 내국인의 일자리 잠식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각국 정부는 불법 체류자가 자기 사회에 이바지한 경우에는 그의 체류자격을 합법화하는 조처를 하는 등 시혜 정책을 펴기도 한다.

자국법을 위반한 외국인에게 체류자격 합법화, 영주권 부여, 국적취득 허가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불법 체류 외국인의 법적 지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의하면, 불법 체류자는 밀입국자, 체류기간 초과자, 체류자격 외 활동자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체류자격 외 활동자’는 취업할 수 없거나 취업 제한을 받는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이 국내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취업한 사람을 가리킨다. 불법 체류 외국인노동자가 취업하거나 이러한 자를 고용하는 것은 금지되며,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그 사용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1990년대 초, 불법 체류 외국인의 임금을 횡령한 몇몇 업주들이 “나는 국부 유출을 막은 애국자다”라고 표명해 국민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불법 도박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억지 주장을 했다. 출입국관리법의 ‘불법체류’ 규정과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규정을 들먹인 것이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법상 쟁점을 다룬 1995년 9월 15일 판결(94누12067)에서, 법률적 논란의 여지를 확실히 제거했다. 대법원은 외국인 고용제한 규정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사실적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뿐이지, 나아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에 있어서의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의 제반 권리 등의 법률효과까지 금지하려는 규정으로는 보기 어렵다”라고 하면서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위 출입국관리법상의 고용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근로계약이 당연히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학계에서는 ‘불법 취업자’ 또는 ‘불법 취업 외국인 근로자’라는 용어가 심각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 그 대신에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서류 미비 이주노동자’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모든 외국인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동시에 행정법규를 위반한 불법 체류자를 형법을 위반한 범죄자로 간주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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