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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초현실세계파격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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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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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현 / 발행인

   
▲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왼쪽)이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촬영해 트위터에 올린 사진 

북미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연일 세상을 놀래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과연 공개된 일정으로, 그것도 세계가 주시하는 정상회담 도시에 행차하는 모습부터 모두의 예상을 깨는 파격(破格)이기 때문입니다. 10일 전용기 ‘참매 1호’는 물론, 중국의 고급전세기와 러시아의 화물기 등 4대의 비행기가 007작전처럼 날아오고, 11일밤엔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 싱가포르의 오페라 하우스 등을 명소들을 깜짝 방문했습니다.

서방의 여느 지도자라면 이상할 게 없는 일이지만 집권 후 최근 중국행을 제외하곤 단 한번도 외국 방문을 한 적이 없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서방세계를 방문하고 예정에 없던 시찰을 한다는 것에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습니다.

하이라이트가 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는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그가 의도했든 안했든 이 모든 일들은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고 있습니다.

   
 ▲ 조선중앙통신 캡처

첫째,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기 ‘참매 1호’를 안타고 중국의 전세기를 이용한 것입니다. 일부에선 안전문제를 고려해 김 위원장이 체면을 따지지 않고 중국 비행기를 탄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낡은 북한 전용기로 그렇게 먼 거리를 날아간 적이 없다고 하는데,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사람들 생각처럼 안전문제를 걱정할 만큼 낡았다고 믿어지지 않습니다. 명색이 최고 지도자가 타는 전용기인데 수십년 된 낡은 비행기를 방치(放置)했겠습니까? 전용기가 대북제재 이전에 신형으로 교체됐는지, 아니면 외형은 오래 됐더라도 엔진이나 내부 설비는 진작에 최고 수준으로 개조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왜 안할까요. 핵미사일을 만드는 나라인데 최고 지도자의 전용기는 최고의 안전을 도모하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정말 안전문제가 걱정됐다면 참매 1호가 싱가포르까지 날아올 필요도 없을 거니와, 조종사 훈련과 장거리 비행 테스트를 위해 날아왔다손 쳐도, 이 전용기에 김 위원장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자 2인자 김여정 부부장이 탑승했다는 보도가 맞는다면 안전문제는 애당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제가 보건대 김 위원장이 중국 전세기를 이용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동선(動線)을 가급적 베일에 가리려는 의도와 중국에 대한 ‘배려(配慮)’, 그리고 ‘대미효과(對美效果)’입니다. 중국은 ‘차이나 패싱’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회담에 앞서 두 번이나 중국을 찾았습니다. 중국엔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상기시키며 안도케 하고 동시엔 미국엔 중국이라는 뒷배를 통해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체면을 그리 중시하지 않고 상당히 실용적인 성격으로 보입니다. 체면이 중요했다면 전세기를 빌려오더라도 도색(塗色) 작업으로 북한 전용기처럼 꾸밀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 노동신문 6월11일보도. <노동신문 캡처>

더욱 놀랄 일은 오성홍기(五星紅旗)가 그려진 중국 전세기를 타는 장면이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됐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그보다 놀랄 일은 최고 지도자가 지금 해외에 있다는 사실을 인민들에게 대놓고 알린 것입니다. 그것만인가요. 평양 시내의 초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는 북한주민들이 최고 지도자의 싱가포르 방문을 전혀 모른다며 빈정대는 보도를 했다가 몇 시간 안 돼 보기 좋게 망신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조선일보는 11일 조간에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국과 싱가포르 도착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지만 노동신문은 11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사진 SNS 캡처>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의 권력기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해 보입니다. 며칠 자리를 비우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자신감도 넘쳐 보입니다. 노동신문 전면에 보도된 사진 중 저의 관심을 끈 또 하나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리센룽(李顯龍) 수상과 나란히 앉아 환담(歡談)을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두 정상이 앞을 향한 의자에 앉아 환담하는 모습은 서방세계에서 지극히 익숙한 풍경이지만 제가 알기로 북한에서는 지금까지 이런 모습들이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초대형 그림을 배경으로 나란히 서는 기념사진이 지금까지 북에서 공개한 보도 양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과 싱가포르 수상이 앞을 향한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얘기를 나누고, 한술 더 떠 싱가포르 총리는 시종일관 발까지 꼬고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수상 접견 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인민의 눈으로 볼 때 상대가 싱가포르 정상일지언정 ‘최고 존엄’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은 불경스럽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모습도 1면에 실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김 위원장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뿐인가요. 김 위원장이 깜짝 밤시찰을 나갔을 때 동반한 싱가포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교장관은 휴대폰으로 셀피(셀카)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무지막지한(?) 짓까지 감행했습니다. 북한지도자가 셀피를 찍다니. 지금까지 김 위원장에게 일어난 일중 사람들에게 가장 신선한 충격을 준 사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페북 

그러고 보면 지난 남북정상회담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남한의 관료들과 북한 공연을 한 연예인들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김 위원장에게 셀피를 요청했다면 세계적인 대박사진이 만들어졌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게 감히 그런 요청을 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역사적인 첫 셀피사진을 보고나니 왜 우리가 먼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

사람들은 말합니다. 요즘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꿈속의 장면 같다구요.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뜻이지요. 그만큼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았고,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이 북미평화협정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지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곧 펼쳐질 북미정상회담에서 기분 좋은 놀라움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당분간 ‘초현실적’으로 보이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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