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8.9.21 금 17:31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교포지논단
런던 한복판에서 만난 ‘치맥’
세계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6.2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류영현 /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한글로 쓴 ‘KFC 치맥’ 간판 발견 / ‘한국식 닭고기 튀김’ 내걸고 인기 / 퇴근시간 매장 안 현지인 꽉 차 / 세계인 입맛 사로잡을 날 기대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치킨집은 예외 없이 북새통이다. 그래서 경기에서 진 태극전사들은 고개를 숙이지만, 치킨 매출은 훨훨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치킨이 스포츠 응원 메뉴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월드컵 축구경기 덕분이다. 2002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4강까지 진출한 쾌거를 올린 기간 동안 치킨과 맥주를 즐기면서 응원하는 치맥 문화가 형성됐다.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는 동안 북새통을 이루고 배달주문이 폭주하는 치킨집을 보면서 문득 지난겨울 런던에서 만난 ‘특별한 치킨주점’이 떠오른다. 우리 일행은 런던 중심가에 있는 러셀스퀘어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러셀공원 산책을 하던 중 ‘KFC 치맥’이라는 펍의 대형 간판을 발견했다. 치맥이라는 한글 간판에 이끌려 들어선 가게의 젊은 주인은 “몇 년 이내에 특별한 KFC가 런던을 지배할 것이다. 당신이 아는 KFC보다 훨씬 맛있고 신선한 치킨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을 여행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고 독특한 후라이드 치킨을 발견했고, 영국인들이 맛보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치맥으로 메뉴를 모두 바꿨다”고 말했다.

영국의 펍은 ‘피시앤드칩스’로 불리는 생선과 감자 튀김 등을 안주 삼아 맥주나 위스키를 마시는 곳으로, 우리의 선술집에 해당된다. 그가 말한 특별한 KFC는 다름 아닌 한국식 닭고기튀김(Korea Fried Chicken)을 뜻한다. 물론 또 하나는 미국의 페스트푸드 레스토랑 체인으로 닭고기 튀김이 메인 메뉴인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을 말한다.

길거리를 지나다 런던 한복판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국식 치킨집 간판은 묘한 자긍심을 느끼게 했다. 펍의 실내 분위기는 서울 여느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호프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를 보면서 큰소리로 응원하고 맥주잔을 기울이는 영국인들의 모습도 우리의 응원문화와 유사했다. 우리 일행은 영국인들 사이에 끼어 ‘양념반 프라이드반’을 주문해 나눠 먹었다. 그리고 메뉴판에서 본 오징어구이와 감자튀김도 시켰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한 일행은 오징어 안주를 보고 적잖게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영국인들은 오징어에서 풍기는 독특한 비린 냄새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했다. 심지어 비린 냄새 때문에 생선가게에서 오징어를 잘라서 팔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도 했다. 오죽하면 호주를 방문한 영국인들이 오징어튀김을 먹는 모습을 보고 “당신들은 더 이상 영국인의 후손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식 치킨집에서 만난 영국인들은 치맥은 물론이고 마른 오징어에 버터를 발라 구워서 나온 안주도 스스럼없이 먹고 있었다.

치맥을 파는 가게는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곳은 런던대학 연구소와 강의실 등의 시설이 모여 있어 젊은이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인근에는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 영국박물관도 있다. 그래서인지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하루종일 붐빈다.

영국에서 아직은 ‘특별한 KFC’와 ‘오리지널 KFC’ 매장을 단순히 비교 평가하기는 이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KFC는 피트 하먼이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를 시작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지 66년이 지났다. 지금은 전 세계에 1만4000여 매장이 있고, 영국에만도 900여개가 성업 중이다.

이에 반해 런던의 전화번호부에는 한국식 치킨집은 10개 미만이 등록돼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3만1500여개 치킨집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한다면 ‘오리지널 KFC’를 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한국식 치킨인 ‘특별한 KFC’는 6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될 한국식 치킨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설렌다. 아직 월드컵 축구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월드컵 축구 응원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고 독특한 우리의 치맥과 함께할 일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