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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서 자국 젊은이보다 韓 인재에 찬탄 쏟아지는 이유“해외로!” “해외로?” 韓日의 두 모습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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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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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 도쿄 특파원

   
▲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에 위치한 돈키호테 매장 내부 모습. 24시간 영업을 알리는 표지가 일본어와 한국어 등으로 쓰여 있다. ⓒ 도쿄=김범석 특파원

“요즘 젊은이들은요, 따뜻한 노천온천에 몸을 담근 원숭이들 같습니다. 뭔가 활동을 하려면 물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춥고 불편하니 그저 온천물에 잠긴 상태로만 있지요.”

몇 년 전 일본 언론사 고위직에서 은퇴한 지인은 요즘 자국 젊은이들의 소극성을 ‘온천 원숭이’에 빗대 흉봤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지적은 고대 파피루스에도 적혀 있다고 하지만 일본 젊은이들의 해외 기피는 좀 우려스러워 보이긴 한다. 27일 나온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 출국자 수는 1996년 1669만 명에서 2016년에는 1712만 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시기 20대의 출국자 수는 463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줄었다.

일본의 글로벌 상사에서는 해외 근무를 기피하는 직원들 때문에 고심하는 이야기가 흔하다. 강제로 발령을 내면 즉시 회사를 그만둬 버리니 가뜩이나 일손 부족 시대에 인사 관리 어려움만 커진다. 반대로 영어를 잘하고 해외근무에 적극적인 한국 인재에게 찬탄이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유학도 잘 안 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 나간 일본인 유학생은 5만4700여 명으로, 2004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문부과학성은 2014년부터 장학기금 ‘도약하자 유학 저팬’을 설치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왜 해외를 기피할까. 모든 게 갖춰진 일본이 편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이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해외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2001년 20%에서 2017년 60.4%로 늘었다. ‘외국어 구사에 자신이 없다’거나 가족 사정, 테러 같은 안전 문제 등이 이유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기에 태어나 성장 과정 내내 ‘잃어버린 20년’을 목격한 이들 세대의 특성도 작용한다. 이들은 지레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고 큰 욕심 없이 안분자족(安分自足)하는 자세를 터득해 ‘달관 세대’라고도 불린다. 소비에 관심이 없어 내수시장 비중이 큰 일본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불쑥 닥쳐온 100세 시대도 한몫한 듯하다. 사회 전체가 늙어가는 현실 속에서 너도나도 ‘가늘고 길게 사는 인생’을 택한다는 인상이랄까.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인재가 줄면 가뜩이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일본의 폐쇄성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급기야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관민 합동 대책협의회를 설치해 청년 해외 보내기 프로젝트에 나선다고 한다. 관광청과 문부과학성 등 관계 부처와 교육계, 경제계, 여행업계 관계자까지 머리를 맞대고 젊은층이 해외로 쉽게 나갈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용도 깨알 같다. 대학 측에는 학생들이 항공권이 싼 시기에 출국할 수 있도록 학기 중 해외 방문을 출석으로 간주하거나 수업 단위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유학 지원제도도 갖춘다. 해외 민간기업에서의 인턴십 참가제도를 적극 추진한다. 여행업계는 해외 자원봉사 등 체험형 여행 프로그램을 적극 만들어내도록 한다 등등.

여기 비하면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등 떠밀지 않아도 필사적으로 해외로 향한다. 이런 헝그리 정신이랄까 에너지가 남아 있는 건 고마운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에게는 일본 청년들처럼 마냥 몸을 담그고 있을 온천 같은 환경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만성적인 취업난을 타개한다며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막상 해외에 나가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게 되거나 다시 돌아와도 자리가 없는 현실이 우려스럽고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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