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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과 동화(同化)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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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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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최근 수요일 저녁 알링턴 공공 도서관에서 ‘Chinese Exclusion Act’ (중국인 배제법)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시사회가 있었다. 전체 상영은 두 시간 이상 걸리는데 그 날은 45분 정도의 축소판을 보았다. 상영 후 내용을 놓고 시사회 참석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1882년에 제정되었던 이 법은 중국인 노동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육체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포함되었다. 미국에 올 수 있는 중국인은 외교관이나 학생 정도였다. 법의 유효 기간은 처음에 10년이었으나 후에 연장되었고 나중에는 아예 시한이 없어지기까지 했다.

이 법은 처음에는 중국에서 오는 중국인들의 입국만 금지했으나 나중에는 중국인이면 어디에서 오든지 모두 금지했다. 미국 이민 역사 상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입국을 금지한 최초의 법이었다. 또한 이미 미국에서 살고 있던 중국 이민자들이 미국 시민이 되는 것도 금했다.

이 법의 제정 배경에는 우선 경제적인 이유가 자리 잡고 있었다. 1800년 대 중반의 미국 서부지역 골드러시 때 미국으로의 노동자들 유입 문호는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중에는 동유럽인들과 남미인들도 있었지만 중국인들도 제법 되었다.

그러나 초창기 때 충분했던 금 채취량이 줄어들자 중국인들이 배격 대상이 되었다. 중국인들은 금 채취뿐만이 아니라 미대륙 횡단 철도공사 그리고 농사일에서도 뛰어났다. 근면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인들을 미국인들이 싫어했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중국인들이 빼앗아 간다고 생각했다.

일자리 문제 외에 인종적 편견도 또한 중요한 이유였다. 중국인들은 미국에 동화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일단 미국에 와서 살면 모두 미국 사회에 동화해야 한다고 믿었고, 중국인들은 불가능하니 입국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법은 1943년에 이르러서야 폐지되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중국이 연합군의 일원이 되자 더 이상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고등학교 때 가버너스 스쿨에서 들었던 강연 하나가 생각났다. 당시 나는 11학년을 마치고 여름 방학 때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의 대학에서 하던 가버너스 스쿨에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미국인 학생들과 1달 정도 같이 살면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 때 독립기념일 특별 초청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 때의 강연자 이름이나 직업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과학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루었던 분이었다.

그런데 그 강연자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던 유태인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몇 년 지나 미국으로 이민 왔다고 했다. 그리고 여러 해가 지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런데 시민권 취득 선서식에서 이민국 담당자가 했다는 인사말을 들려주었다. 내가 들은 것의 골자는 이러했다.

“미국 시민이 된 것을 축하한다. 여러분들은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배경을 갖고 살다 미국에 왔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지닌 곳에서 온 사람들이다. 미국은 여러분들이 이제 미국 시민이 되었다고 여러분들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버리라고 하지 않는다. 미국은 서로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이다. 서로의 다름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서로에게 발전을 준다. 여러분들도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

그 강연자는 1960년대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당시 그가 들었던 시민권 취득 축하 인사 그 어느 곳에서도 ‘동화’라는 말은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인 배제법이 제정된 지 140년 가까이 되는 요즈음 이민은 미국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 이슈로 등장했다.

그런데 이민에 대한 찬반에 있어서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문제와 인종적 편견이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시사회 때 보았던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나레이터가 던진 말이 귓가에 들린다. “이 법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제정 되었고, 당시에는 합법적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악법이었다.” 민주적 절차와 합법임을 앞세워 집행되는 악법이나 행정조치가 오늘은 없는가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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