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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통치자가 인구 120만 섬나라를 찾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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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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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 베이징 총국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간 3만6000㎞의 강행군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중동·아프리카 5개국 순방의 마지막 행선지는 모리셔스였다. 제주도만 한 땅덩이에 인구 120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미국과 사활을 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14억 인구의 통치자가 시급한 현안이 있을 리 없는 작은 섬나라를 말 그대로 ‘친선’ 방문한 것이다.

중국과 모리셔스의 관계가 그만큼 각별하다는 얘기다. 중국이 해외에 세운 최초의 문화센터도 모리셔스에 있고, 관광으로 먹고사는 이 나라의 국제공항도 중국의 원조로 지어졌다. 모리셔스의 25루피짜리 지폐에는 1968년 독립과 함께 초대 재정장관으로 취임해 빈곤탈출을 이끌었던 화교 주메이린(朱梅麟)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모리셔스에 거주하는 화교는 인구의 3%밖에 안 되지만 중국 명절인 춘절(음력설)엔 공식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중국의 친구가 되면 끝까지 챙기고 아낌없이 돕겠다는 메시지를 시 주석은 모리셔스 방문을 통해 전 세계에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프리카 중시는 중국의 오랜 정책이지만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창자인 시 주석은 더욱 각별한 공을 쏟고 있다. 그는 집권 6년여 동안 아프리카를 네 차례 방문했다. 오는 9월엔 아프리카 정상들이 대거 베이징에 모이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2006년 회의엔 43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는 지난달 소집한 외사공작회의에서 한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 시 주석은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비롯한 당정 고위 간부는 물론 해외 주재 대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중심의 현행 질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중국 주도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구체적 방략이 될 만한 지침을 내렸는데 그중 하나가 “발전도상국은 우리 나라의 국제 업무에서 천연(天然) 동맹군들이다. 이들과 단결·협력의 대문장(大文章)을 써 나가자”는 발언이다. 모든 형태의 동맹에 반대하는 원칙을 표방하는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비유적 표현이긴 하지만 ‘동맹군’이란 단어를 사용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고선 “동맹군은 이렇게 구축하는 것”임을 시범 보이듯 아프리카 대륙을 누볐다. 시 주석이 제시한 모범 답안이 바로 모리셔스다.

일찍이 마오쩌둥(毛澤東)은 농민을 동맹세력으로 삼아 농촌에 혁명기지를 건설하고 도시를 포위하는 전략으로 중국 대륙을 석권했다.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혁하겠다는 목표도 바로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시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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