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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2년차 징크스' 출구는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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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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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논설고문

진보지식인 선언에 지지율 60%선 위협
갈등 현안에 보수 공격도 더욱 거셀 듯
서생 문제의식보다 상인 현실감각 기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8일 유네스코 산사로 등록된 경북 안동의 봉정사를 방문해 극락전에서 부처님을 향해 절하고 있다. 문 대통령 부부는 군 시설에서 30일부터 5일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도 이른바 '2년차 징크스'를 피해갈 수 없는 걸까.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한반도 평화 구상을 양손에 쥐고 쉼없이 달려왔던 그의 발걸음이 더위 먹은 듯 갈림길 앞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이 역연하다. 진보 진영에선 관료와 재벌에 휘둘린 개량ㆍ실용주의로의 선회를 의심하고, 보수 진영은 재정중독과 포퓰리즘에 빠진 국가주의를 공격한다. 지방선거 직전까지 80%를 넘나들던 고공 지지율은 어느새 집권 후 최저선인 6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패잔병처럼 물러나며 ‘페이스북 정치’ 절연까지 선언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달 만에 다시 페북에 나타나 소란을 일으키는 게 우연이 아니다.

   
▲ 이유식 논설고문 

조삼모사같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탈한 지지층이 한국당 등 야당으로 옮겨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과 일자리 등 먹고사는 살림살이 문제로부터 시작된 여론의 실망과 불만은 뚜렷한 추세이고 향후 전망 역시 좋지 않다. 지지그룹은 좌고우면하는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정체성을 불신하고, 반대그룹은 헛발질을 일삼는 문 정부의 실력과 의지를 의심하며 함께 몰아치니 말이다. 최근 진보 지식인 300여명이 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한 것은 앞 사례이고, 야당과 보수언론이 연일 문 정부의 부진한 경제성적을 맹폭하는 것은 뒷 사례다.

정부가 이 틈새를 헤쳐나가며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징크스는 프로스포츠에서 유망한 신인이 첫 시즌에 '커리어 하이' 성적을 기록했다가 둘째 해에 돌연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이 증후군은 본인의 욕심과 관중의 기대가 만든 허상인 경우가 많은 만큼 떨쳐내려고 조급해 하거나 힘을 줄수록 더욱 페이스를 망치게 된다. 과속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며 평판에 목매지 말라는 심리처방이 권유되는 이유다.

세력과 진영의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한 권력 혹은 정치세계의 징크스 처방이 스포츠계처럼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당면한 어려움은 대부분 을과 을들의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요구와 충돌에 따른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 고용없는 성장을 가속화화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기업의 모험적 혁신의지 부족과 태만 등 구조적 요인 탓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A학점을 받았던 한반도 평화 구상은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체제보장 및 제재 해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에 막혀 교착상태다. 사회경제적 의제들은 쉽게 해법을 찾기 어려운 반면 문 정부의 '장밋빛 약속'과 '사이다 해법'에 중독된 민심의 기대치가 마냥 높은 것도 부담이다. 보통의 처방과 이벤트로는 지지율 커브를 반전시키는 감동을 끌어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상황이 어렵지만 그래도 답을 찾는다면 강단이나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구하는 게 맞다. 정치는 희망을 파는 비즈니스라고 했다. 지식인 선언이 교과서적으로 제기한 서생의 문제의식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최선 혹은 차선의 처방을 찾는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상황을 관리할 때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가 집권세력의 선한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또 소득주도성장ㆍ혁신성장ㆍ공정경제의 세바퀴 축이 슬로건과 지시만으로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면 새삼 놀란이 될 이유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 원천을 볼 때 촛불 계산서를 들이미는 집단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2년차 징크스에 빠진 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그가 장소와 일정을 일체 밝히지 않고 떠난 휴가지에서 어떤 구상을 갖고 돌아올지 궁금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선택한 로드맵은 익숙한 길이 아니다. 끝을 보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래도 두 가지는 분명히 주문하고 싶다. 하나는 얼마전 의료기기 현실을 듣고 "도대체 무엇을 위한 규제이고 누구를 위한 규제냐"고 탄식했던 심정을 지켜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계 등 내 편에 아픈 소리를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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