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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이 답할 차례다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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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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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 언론인

   
 

7·27 정전협정 기념일이 무의미하게 지나간 것이 못내 아쉽다. 해마다 올해는, 올해는, 하며 이날을 기필코 평화의 날로 만들어 한반도에서 그 지긋지긋한 냉전과 대립의 유산을 걷어내고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키자고 선언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꿈이었는데 65주년을 또 허망하게 넘기고 말았다.

물론 어느 해보다 올해는 고무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기는 했었다.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최초의 6·12 북미 정상회담은 어쩌면 한반도의 불안요소를 단번에 날릴 수 있는 가히 폭발적인 사건들이었다. 그러나 핵을 보유한 나라에게서 핵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미 제조한 핵물질과 그 제반 시설을 제거시키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이 일이 이렇게 지난한 것임을 누구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는 그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찾아보라고 했다. 북한 정권은 결코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핵무기 제조에 집착해 온 것인가. 그 이유는 미국의 체제 불인정 때문이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확실한 안전 보장을 해 주면 되는 일이다.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일으키지도, 전복시키지도 않겠다고 공언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 말을 믿지 못하겠으니 종전 선언이라는 문서로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걸 해주면 되는 것인데도 미국은 때가 되면 그렇게 하겠으니 우선 북한이 핵 리스트를 공개하고 불가역적인 사찰을 받으라는 똑같은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 간 불신이 팽배하고 북한에 관해 확인되지도 않은 악성 보도로 미국 내 반트럼프 정서가 횡행하는 가운데서도 한 가닥 희망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지도자 간의 신뢰는 아직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북한은 자기네 나름의 신뢰 촉진을 위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지했고 핵 실험장과 미사일 엔진 발사장 폐쇄라는 선제적 조치를 단행했다.

이제는 미국이 답할 차례다. 미국을 위해서다. 미국이 진정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고 미국 국민들에게서 북한의 안보위협을 없앨 목적이 있다면 지금 바로 행동할 때이다. 한미 군사훈련의 유예 같은 가변적인 조처를 뛰어넘는 보다 확실한 담보를 북한에 제공해줘야 한다.

구속됐던 미국 시민 3명의 석방과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55구를 보내온 성의마저 끝내 외면하다가는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 행동에 내부적 설득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국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답해야 할 두 번째 이유는 동맹 한국을 위해서다. 한국 정부는 지금 북한으로부터 외세에 눈치만 보고 있다는 심한 모욕을 당하면서도 철저하게 한미 공조를 이어 가고 있다.

남북 관계에서 한국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것이 장차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나가는 데 필수적이다. 종전 선언이 의회의 설득 절차로 시간이 필요하다면 행정부 독자적인 경제 제재 조처라도 즉각 완화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남북경제 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미관계의 선순환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가 목표라는 당초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미국이 신뢰할 만한 핵물질 신고와 사찰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나 어느 날 북미협상의 파기를 선언한다면 그때는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에도 상상하기 어려운 국제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상항을 피하기 위해서도 한국 정부가 북미 양측을 설득해가며 대화의 동력을 촉진시켜나가는 가운데 우선 올가을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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