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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리더들이 달라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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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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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 인천대학교 총장

최근 도쿄 포럼에서 고노 외상 등 유창한 영어로 거침없이 얘기
20~30대가 재계 대표로 급부상… 창업·해외 重視하는 변화 충격적

   
 

지난달 하순 도쿄에서 열린 제14차 '라운드테이블 재팬(Roundtable Japan)' 포럼에 다녀왔다. 이 포럼은 주최 측이 초청하는 150명 내외의 인사가 연사, 사회자, 토의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채텀 하우스 규칙(Chatham House Rules)'에 따라 회의 결과는 자유로 인용할 수 있지만, 근거는 밝히지 않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고노 다로 외상, 하야시 요시마사 문부과학상,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이 참석했고, 해외에서는 케네디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역대 미국 대통령 요청으로 50여년간 미국과 일본 간 밀사 역할을 한 해럴드 맘그렌을 비롯한 세계 각국 국회의원, 기업인, 학자들이 모였다.

이 회의에 수차례 참석했지만 이번만큼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먼저 회의에 참여한 일본 장관들이 달랐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고노 외상을 필두로 해서 모든 장관이 원고 없이 영어로 발표하고 답변할 뿐 아니라 내용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기 소신을 얘기하는 걸 보고 일본 정치 리더들의 세계화와 개방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인들도 환골탈태했다. 과거 신일본제철, 도요타, 도시바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회장과 사장들이 주도했던 것과 달리, 이번 회의에는 전통적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한 사람도 없었다. 대신 26세의 암호 화폐 사업 창업자를 비롯한 신종(新種) 기업 창업자인 20~30대 청년들이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일본 경제 리더들의 세대교체가 실감 났다.

회의에 참여한 일본 학자들은 전통보다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담론(談論)에 주력하고 있었다. 과거 일본 대학의 서열(序列)을 매기는 기준은 그 대학 출신 정부 고급 관리와 대기업 사장 숫자였다. 이번 포럼에선 '도쿄대 245개, 교토대 140개, 쓰쿠바대 98개, 나고야대 69개'라는 숫자가 인용됐다. 지난해 해당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 수였다.

"일본 젊은이들이 해외에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는 옛날이야기"라면서 대학생들의 창업 활동은 물론, 봉사활동과 국제기관 근무 등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무용담을 소개하는 일본 교수들의 모습이 젊어 보였다.

회의를 통해 한국·일본 양국의 차이가 세 분야에서 확연하게 느껴졌다. 대학의 경우 일본 대학들은 창업 기업의 요람이 된 스탠퍼드 대학이나, 매년 창업 기업 1000개 이상을 인큐베이팅하는 칭화대·베이징대에는 미치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창업 숫자를 아예 세지도 않고 무관심한 한국 대학과 견줘보면, 일본 대학들은 창업 중심의 미국·중국 대학들과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게 분명하다.

경제의 화두도 상반됐다. 우리나라에서 재벌 총수의 갑질과 CEO 리스크가 연일 신문 머릿면을 장식할 때, 일본 경제는 미래를 향한 20대·30대 기업인들의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고, 이로부터 얻어지는 사회적 합의가 일본 경제를 미국·중국과 더불어 세계 3강 구도로 키워가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의 2017년 1인당 소득이 7만638달러로 3만9735달러에 머물러 있는 영국을 뛰어 넘은 지 오래인데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언제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일본 정치인들과 해외 전문가들의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국제적 인물로 김정은을 언급하면서도 북한 정부가 쓸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의 한계에 대해 명쾌한 선을 긋는 모습, 트럼프에 대해서도 수십 년간 부동산 업자로 활동하면서 구축한 이스라엘-러시아와의 커넥션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미국 정부의 정책 선택에서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토의하는 모습은, 이러한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 자괴감을 주었다. 만일 한국 정치인들을 만난다면 무엇을 화두로 삼아야 할까 고민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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