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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나라, 감사하는 사람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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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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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 / 국제부장

   
 

태국은 출장 몇 번 가본 게 전부다.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른다. 그런데 최근 CNN에서 본 30초짜리 ‘감사(感謝) 광고’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동굴에서 조난당한 10대 축구부원 12명과 25세 코치가 17일 만에 모두 구조된 데 대해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다이버, 엔지니어, 의사들로 구성된 다국적(구조)팀. 그들이 해냈습니다. 인간에 대한 최고의 사랑으로요. 세계가 하나입니다. 온 나라가 한마음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국 국민 일동.”

구조활동에 참여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23개국 국기를 빠짐없이 담았다. 태국관광청이 제작한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태국민들은 “국제사회 지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남기고, 다른 국가 사람들은 “태국이 얼마나 예의 바른 나라인지 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나의 감사가 또 다른 감사로 이어지고, 새로운 호감을 낳고 있다. 기자도 “태국은 어떤 나라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다른 건 몰라도 “감사할 줄 아는 나라 같다”고 대답하겠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에 대한민국은 급히 구조를 요청했고, 유엔은 그에 부응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에티오피아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룩셈부르크 16개 나라 용사들이 이름도 위치도 몰랐던 한반도에 오셨습니다. 용사들은 죽음을 불사하며 전선에 뛰어드셨습니다.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는 결코 잊지 못합니다.”

6·25전쟁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은 지난달 27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기념사. 태국 동굴소년을 구조한 23개국 중 한국이 있고, 6·25전쟁 참전 16개국 중 태국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마치 ‘크고 작은 감사의 끝없는 윤회(輪廻)’ 같다. 참전용사 중 3만8000명이 목숨을 잃고, 1만 명 가까이 실종되거나 포로로 잡혔으며, 10만3000명이 다친 몸으로 귀향했다고 이 총리는 소개했다.

닷새 뒤인 1일 북한에서 미군 수송기로 이송돼 온 6·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의 송환식이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거행됐다. 유엔군사령부 주관으로 의장대 사열과 21발의 예포 등 국가원수급 예를 갖춰 진행됐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감사의 마음이 충분히 담겼는지 모르겠다. 혹시 귀한 손님 떠난 뒤 아쉬움은 없었는지 꼼꼼히 챙겨봐 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지난 65년은 기적이었고, 그 기적의 터전은 참전용사 여러분이 만들어 주셨으니까’(이 총리 기념사) 더욱 그렇다.

이 글을 쓰면서 감사의 반대말이 뭘까 생각해봤다. 내 나름대로 찾은 답은 ‘당연(當然)’. 당연하다고 여기면 감사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아빠 엄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경비원 아저씨가 경비 잘하는 게 당연하고, 청소부 아줌마가 청소 깨끗이 하는 것도 당연하고, 군인 경찰 소방관이 목숨 걸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조차 당연하게만 여기면 어떤 감사도 마음속에 움트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은 줄어들고, 감사한 일이 많아지면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창업자 허브 켈러허의 유명한 경구(警句)는 국가에도,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라든 사람이든 적어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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