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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다리’ 리더십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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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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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박은경 특파원

   
 

첸탕(錢塘)강은 중국 항저우시를 가로질러 흐른다. 굴곡이 심하고 조석 차이가 크다. 교량을 건설하기엔 악조건이다. 중국이 자국 기술로 설계·완공한 첫 복층대교는 1937년 첸탕강에 세워졌다. 1453m 길이의 첸탕대교는 상층부에는 차량이, 하층부에는 기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류허(六合)탑과 시후(西湖)의 풍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37개월간 공사 끝에 완공을 앞둔 1937년, 중일전쟁이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전화가 상하이로 확대됐다. 항저우까지 함락될 위기에 처했다. 천탕대교는 그해 11월17일 전면 개통하면서 교량 밑에는 100여개의 폭발물을 설치했다. 일본군의 항저우 침략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안타깝게도 개통 한 달여 만에 폭파되고 말았다. 첸탕대교를 지은 ‘중국 교량의 아버지’ 마오이성(茅以升)은 제 손으로 만든 다리를 스스로 폭파시키면서 “항일전쟁에 반드시 승리하고, 이 다리도 복구한다”고 다짐했다. 이 다짐은 일본이 패망한 후 1946년 실현된다.

첸탕대교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항일의 역사가 됐다. 중국인들의 항일 정신을 일깨우는 상징이자,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국 기술로 만들었다는 자부심까지 안겨줬다. 중국의 교량은 육지와 육지뿐 아니라 역사와 역사를 연결하곤 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 지도자들에게 대교 건설은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중국에서 가장 긴 강줄기인 창(長)강에는 1950~1970년대 경쟁적으로 교량이 들어섰다. 이 대교들은 대약진 운동의 고난을 견디고 있던 중국인들에게 희망이 됐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1957년 개통된 우한의 창강대교는 신중국 성립 후 창강에 건설된 첫 교량이다. ‘만리창강 제1교’라고도 부른다. 마오쩌둥은 소동파의 ‘수조가두(水調歌頭)’를 본떠 지은 ‘수조가두·유영(游泳)’에서 “창강대교가 남북을 가로지르니 천연의 요새가 탄탄대로로 변했다”고 칭송했다. 이 다리의 건설은 제1차 5개년 계획의 중요한 성과로 기록됐다. 1968년이 돼서야 창강에 순 중국 기술로 만든 다리가 건설됐다. 난징의 창강대교다. 이 다리는 냉전시대에 중국의 기술적 자부심을 높였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체면을 세운 교량은 샤먼대교다. 중국의 첫 해상교량으로 1991년 개통됐다. 푸젠성 지메이와 샤먼섬을 연결하면서 샤먼 경제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장쩌민은 대교 현판을 친필로 썼고, 개통식에 직접 참석해 테이프를 잘랐다. 경제특구인 샤먼에 들어선 해상 교량으로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다리’는 홍콩과 광둥성 주하이(珠海)를 거쳐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다리는 전체 길이 55㎞에 달해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으로 기록된다. 2009년 12월부터 약 9년간 건설했지만 기술적 문제, 예산 초과, 건설 인부 사망 등 악재로 지난해 12월 예정이던 개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다리는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도 맞닿아 있다. 개통되면 주하이에서 홍콩까지 가는 시간이 기존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든다. 주하이, 홍콩, 마카오뿐 아니라 선전, 광저우까지 하루 생활권으로 묶어 경제 파워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2030년까지 광둥성과 홍콩 및 마카오를 하나로 묶는 세계 최대의 경제 허브를 건설하려는 계획의 핵심이다. 강주아오대교는 이르면 다음달 말 개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중국 성향의 홍콩 매체를 중심으로 시 주석의 영향력 약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강주아오대교가 시 주석에게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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