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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떠나는 나라, 대한민국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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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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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경 / 산업1부 기자

   
 

2주 뒤면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A(33)와 소주잔을 부딪치며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물었다. A는 “이국 삶에 대한 동경이 있어 한국을 떠난다”고 했다. 한국이 싫은 거냐고 물었다. 싫지는 않단다. 이번에는 “한국에 대한 동경은 왜 없느냐”고 물었더니 A는 “모르겠다”고 했다.

뜸을 들인 A는 떠나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고 했다. 해외 이민 이사를 위해 이삿짐 업체를 알아봤는데 ‘유례없는 이민 행렬에 해외 이사를 가려면 몇 주 더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보통은 견적을 내고 선적한 뒤 배송하는 데 한 달쯤 걸린다고 한다.

이상했다. 통계상으로는 이민자(신규 영주권자)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캐나다에 이민을 떠난 한인 수는 2006년 6210명에서 2016년 4005명으로 떨어졌다. 다른 나라들도 반(反)이민 정책으로 영주권 취득이 어려워져 자연스레 한국인 이민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며칠 뒤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인 척하면서 이민 이사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다. “6∼8월에 장기 출장차, 학업차 떠나는 이들이 많아 성수기이지만 이민하려는 사람도 많이 늘고 있다”고 했다. 통계상 이민자의 절대 수는 줄었을지 몰라도 이민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꾸준한 셈이었다.

유독 내 주변이 그런 듯하다. A 말고도 몇 해 전 한국을 떠난 B(29)와 C(32)가 있다. B는 호주로, C는 미국으로 갔다.

B는 2015년 취업 성공을 위한 스펙 쌓기 차원에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여행 중인 방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를 갔다가 눌러앉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은 현지에서 대학(간호학)을 다시 다닌다. C는 2010년 창업을 해보고 싶다며 미국 대학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떠났다. 두 사람 모두 아직까지 영주권을 얻지 못해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상태다. 불안한 신분이지만 두 사람 모두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어 귀국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무엇이 이들의 신분 불안을 상쇄할 정도로 삶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걸까. B는 “호주에서는 일을 하고, 공부를 해도 놀 시간이 남는다”고 했다. C는 “각기 다른 삶을 존중해주며,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민을 가는 이유야 한도 끝도 없겠지만 이야기를 모아 보면 ‘적은 기회를 잡기 위해 각박하게 경쟁하느라 제 모습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싫증이 아닐까’ 싶다. 몇 해 전과는 달리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왔고, 창업이 활성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한국을 뜨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기에는 여전히 뭔가가 부족해 보인다.

일자리, 주거 지원, 학자금 등 많은 청년정책이 쏟아지지만 떠나는 청년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돈 몇 푼 쥐여주는 지원 정책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그런 따뜻함이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급선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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