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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가 도서관 2500개 세운 까닭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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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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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 논설위원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는 ‘기부왕’ ‘도서관왕’으로도 불린다. 스코틀랜드 출신 가난한 이민자 아들로 미국에서 ‘철강제국’을 일군 그는 66세 때인 1901년 회사를 매각한 뒤 “재산의 90%를 교육·문화 분야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해 뉴욕 공공도서관 설립에 52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듬해 2500만달러를 들여 무료도서관 건립을 위한 카네기협회를 설립했다. 이후 미국 전역에 2509개의 도서관을 지었다. 해외 도서관도 곳곳에 건립했다.

'근로 소년' 꿈 키워준 배움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도서관에 쏟아부었을까.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앨러게니 무료도서관에 그의 헌사(獻辭)가 적혀 있다. ‘웨스턴 펜실베이니아의 무료도서관 설립자인 코로넬 제임스 앤더슨에게 바침. 그는 자신의 서재를 일하는 소년들에게 열어 주었고, 토요일 오후에 사서로 활동하며 고귀한 역할을 했다. 지식과 상상력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은 근로 소년 앤드루 카네기가 감사의 마음으로 이 기념비를 세운다.’

여기에 담긴 사연이 뭉클하다. 카네기가 부모를 따라 피츠버그로 이주한 것은 13세 때였다. 그는 면화 공장에서 주급 1달러25센트를 받고 일했다. 15세 때에는 전신국의 메신저 보이(전보배달원)로 뛰었다. 전화가 없던 시절, 자전거를 타고 편지와 전보를 전하러 다니는 일은 오후 11시까지 이어졌다. 배움의 열망은 컸지만 책 살 돈이 없었다.

어느 날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앤더슨이라는 은퇴 상인이 자기 책 400여 권으로 근로 소년들을 위한 도서관을 열고 토요일마다 책을 빌려준다고 했다. 하지만 기술공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 카네기는 편지를 써서 “메신저 보이들도 근로 소년이니까 책을 읽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앤더슨은 흔쾌히 그의 청을 들어줬다.

소년 카네기는 빌려온 책을 밤새워 읽었다.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앤더슨은 그 작은 도서관을 통해 지식의 빛이 흐르는 창을 열어 주었다”고 회고했다. 한 사람의 기부로 탄생한 시골 도서관이 그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 줬고, 사업가로 성공할 자양분까지 제공했다는 것이다.

재산 90%로 도서관·대학 '보답'

18세에 철도회사에 취직한 그는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침대차를 개발해 돈을 모았다. 석유사업에 투자해 거부가 됐고, 50대에는 철강회사를 세워 세계적인 기업가로 우뚝 섰다. 그는 어린 시절에 입은 앤더슨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공공도서관 건립에 평생 모은 돈을 쓰기로 결심했다.

카네기멜런대 등 12개 종합대학을 세우고 카네기홀 등 문화 분야에도 아낌없이 지원했다. 기부금 액수는 3억달러(약 3350억원)가 넘었다. 100여 년 전으로서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렇다고 돈을 무조건 퍼 준 것은 아니었다. 기부에도 뚜렷한 철학이 있었다. 맹목적이고 광범위한 자선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많은 유산은 의타심과 나약함을 유발한다”는 그의 인생철학과 같다. 그래서 가난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은 젊은이들을 돕는 도서관 등 ‘배움터’에 집중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으로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으로 가라”는 말의 산 증인이다.

평생 정규교육을 4년밖에 못 받고 도서관 독학으로 자수성가한 카네기. 내일은 99년 전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도서관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큰 뜻을 품은 자에게 보물을 안겨준다”는 그의 명언이 맑은 거울처럼 우리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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