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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의 '마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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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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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영 / 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강상중(姜尙中 ,일본도쿄대학 명예교수)

나에게는 오카다 세쓰코라는 일본인 지인이 있다. 오카다 세쓰코씨는 일본에서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후 한국으로 와서 학대받은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이 분이 인생 후반부를 이국땅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돌보며 보내게 된 것에는 2011년의 동(東)일본대지진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번은 이 분에게 일본인에게 있어서 동일본대지진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내 질문에 오카다씨는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이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 것이지요"라고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면서 재일교포 사상가 강상중의 소설 '마음'(2014)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었다.

동일본대지진은 한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통용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진도 9의 거대한 지진이 동(東)일본을 강타하고 이어진 거대한 해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까지 유출되면서 2만 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다. 소설 '마음'은 동일본 대지진구호작업에 참여한 한 청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 주인공은 니시야마 나오히로라는 이름의 대학생이다. 그는 친구가 한창 나이에 백혈병으로 갑자기 죽어버리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동일본대지진 재난지역의 라이프 세이빙 즉 구명(救命)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재난 현장에서 니시야마 나오히로는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시신을 인양하는 일을 담당한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구명(求命)작업에 동참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건져 올리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시신 인양을 위해서 어둡고 깊은 바다 속에서 홀로 망자들과 대면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겪는다. 이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그는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얇은 살얼음판을 딛고 서 있는 듯 연약한 우리 삶의 가치와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 간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이라는 것은 결국 삶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죽음이 삶을 이끈 것이다.

우리 모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엄혹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온 때문인지 우리 한국사회는 삶에 대해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열된 의지를 지니고 있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살아남는 일에 대한 의지가 과열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그 과열된 의지의 대상은 대부분 자신과 가족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동일본대지진의 참혹한 결과는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그 죽음의 시간은 누구도 예측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그렇다면 언제 갑자기 '뚝'하고 끝이 날지도 모르는 이 불안정한 삶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는 순간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겸허한 태도로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죽음이 삶을 이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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