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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외(除外)국민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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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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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 베이징 총국장

   
 

지난 1월 중국의 모 지방정부로부터 상하이 총영사에게 보내는 공문이 도착했다. 수신인란에는 갓 부임한 현직 박선원도 아니고 전임자도 아닌 전 전임자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전임자(변영태)가 관할 지역에 취임 인사도 다 못 마치고 8개월 만에 교체되는 바람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그런 일이 또 벌어지게 생겼다. 박 전 총영사가 취임 6개월 만에 직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더 큰 일을 하라는 부름을 받았다지만 관사에 옷과 소지품을 남겨놓고 떠날 정도로 갑작스러운 이임이 남긴 후폭풍이 간단치 않다.

상하이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화둥(華東) 지역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한국 업체 7000여 개가 진출해 있고, 교민 수는 10만 명을 헤아린다. 상하이 총영사는 어지간한 나라 대사보다 위상이 높다. 그런 자리를 지금 갓 부임한 과장급 직원이 대행하고 있다. 넘버2(부총영사)는 8개월째 공석이고, 넘버3도 얼마 전 임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업무 차질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할 판이다.

총영사관은 해마다 치르던 광복절 기념식을 올해 생략했다. 현 정부가 대한민국 건국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임시정부의 소재지인 상하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예정했던 위안부 관련 전시회도 취소됐다.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가 많은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한국학교 부지 매입 협상도 총영사와 현지 정부 책임자의 약속 날짜까지 잡힌 상태에서 중단됐다. 한 교민은 “재외국민이 아니라 제외(除外)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주재국인 중국 정부도 외교 경로로 항의해왔다. 박 전 총영사가 이임 통보 절차 없이 서울로 들어가 그 길로 사직했기 때문이다. ‘떠날 때는 말 없이’가 미덕인 경우도 있지만 나라를 대표해 파견된 공관장은 그렇지 않다. 후임자 선발·검증을 거쳐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고 부임하기까지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총영사는 주재국 임명동의(아그레망)가 필요 없지만 중국은 총영사에게도 인가증을 발급한다. 2개월씩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그레망을 받아야 하는 대사와 달리 총영사는 관련이 없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사실관계부터 틀린 말이다.

필자가 아는 박선원은 일선 공관장보다 외교안보 전략 분야의 일이 더 적임이다. 정부가 그를 6개월 만에 불러들인 건 애초 상하이로 보낸 것 자체가 적재적소 배치가 아니었다고 자인한 셈이다.

상하이엔 최근 10년 동안 7명의 총영사가 거쳐 갔다. 단 한 명을 빼고 대선 캠프 출신 정치인이나 자문 교수 등 코드 인사였다.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해외 교민과 기업 이익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관장 자리가 언제부턴가 대선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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