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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축구에 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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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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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 / 기자

   
▲ 호치민 응웬후에 거리의 길거리응원

29일, 오후 3시가 되자 직장인들은 퇴근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평소 퇴근시간보다 2~3시간 가량 이른 시간대였다. 베트남 호치민의 초고층 빌딩 Bitexco 내 전자제품 회사에 근무하는 응웬뜨엉(30)씨는 “오늘 축구 응원을 위해 모든 직원이 일찍 퇴근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이날 베트남의 많은 회사들이 축구를 위해 직원들의 조기 퇴근을 허가했다. 한국의 광화문거리같은 호치민 중심가 응웬후에 보행자 거리에는 오후가 되면서 퇴근 한 직장인들이 몰려들어 북적거렸다. 그만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업무보다 중요한 이슈였다.

16강부터 달아오른 축구 열기

지난 19일 베트남 남자 축구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조별예선 전승으로 16강에 오를 때만해도 베트남 전역의 축구 열기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심지어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여성들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중계권 미계약으로 방송을 통해 아시안게임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의 목표는 금메달 3개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베트남 방송사들 입장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중계권 계약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파죽지세로 16강에 진출하자 베트남 국영방송 VTC와 국영라디오방송 VOV는 급히 서둘러 130만 달러(약14억5000만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베트남 남자 축구대표팀의 16강전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순전히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계약이었다.

이후 16강과 8강을 거치며 베트남의 축구열기는 최대치로 끓어올랐다. 지난 1월 준우승을 차지한 U-23 챔피언십 당시와 흡사한 분위기였다.

우리는 누구도 이길 수 있다

   
▲ 베트남응원단 사이의 한국교민

4강전이 열린 29일, 이른 아침부터 호치민 곳곳에는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와 국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파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시간이 다가올수록 대규모 단체응원전이 열리는 호치민 응웬후에 보행자 거리에는 점점 많은 인파가 몰려들더니, 경기 직전에는 붉은 계통의 티셔츠를 입은 수천명이 거리를 촘촘하게 메웠다.

경기를 초초하게 기다리던 베트남 축구팬들은 반드시 한국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길거리 응원전에 나온 쩐득후이(19)씨는 “한국의 축구는 예전같지 않다. 우리 역시 예전의 팀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성팬 응웬티킴호안(24)씨는 “우리 대표팀은 강하다”며 “박항서 감독님도 믿는다”고 소리쳤다.

베트남 국민들이 자신감을 갖는데는 근거가 있다. 실업축구 선수 출신으로 현재 호치민에서 유소년축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김찬영 감독은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른 뒤 베트남 축구계는 한국축구를 배우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금은 예전처럼 한국축구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특히 황금세대로 불리는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한국과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넘지 못한 한국, 그래도 축제는 계속된다

그러나 베트남 축구팬들의 생각만큼 한국은 만만치 않았다. 전반 7분만에 이승우의 선제골이 터지자 들썩이던 응웬후에 거리에는 찬물이 끼얹어진듯 했다. 첫 골 후에도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고 전반 27분에는 황의조의 추가골이 나왔다. 곳곳에서 야유까지 터져나왔다. 경기 시작 후 금성홍기를 끊임없이 흔들어대던 쩐꽌앙(33)씨는 “정말 힘들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후반전을 앞두고 호치민에는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10분 이승우가 쐐기골을 넣자 일부 베트남 팬들은 아예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후반 26분 쩐민브엉의 만회골 이후 베트남 응원단의 분위기가 잠시 살아나기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파상공세는 골로 연결되지 못했고 시간만 흘러가자 베트남 응원단의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후반 종료 휘슬이 울렸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마지막까지 열띤 응원전을 펼친 팜띠쩐짜우(22)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초반에 우리 선수들이 너무 긴장했다”며 아쉬워했다. 응웬득하이(39)씨는 애써 웃으며 “한국은 역시 하이 레벨(high level)”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서로를 위로했고, 아쉬움을 삼키며 발길을 돌렸다. 일부는 패배에도 아랑곳없이 ‘베트남 꼬렌(베트남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깝게는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있고, 11월에는 스즈키컵이라는,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대회도 기다리고 있다. 박항서호의 전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이명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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