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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식 시장 436개의 의미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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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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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부소장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빅터 차와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CSIS 산하 한반도 전문 포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실었다.

인공위성 사진 추적과 탈북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전역에 당국의 인가를 받은 공식적인 시장만 436개가 있고, 이들이 내는 세금과 임대 비용이 5680만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북한 주민 상당수가 당국의 공식 시장이나 암시장을 통해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는 거로 관측된다. 북한에는 도별로 평균 50여 개의 공식적인 시장이 분포해 있다. 북한에서 시장의 힘이 갖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가장 긍정적인 해석은 시장의 힘을 북한에 개혁·개방을 가져올 씨앗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은 2002년에 개혁을 도입하면서 시장을 허용했다. 당시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외부 지원이 끊기고 내부적으로는 1990년대 대규모 기아 사태로 국가 배급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2009년 북한은 화폐개혁과 강력한 시장 단속으로 시장의 힘과 사회 분열을 차단하고자 했다.

그러나 탈북자 인터뷰에 따르면, 이는 북한 주민의 불만만 키웠을 뿐 시장의 성장을 막지 못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사회적 기능과 주민 생존을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처럼 북한도 시장 개방을 피할 수 없다면 국제사회가 먼저 경제적 포용을 진행함으로써 개방 속도를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보다 비관적인 해석은 시장의 제도화가 북한 체제의 내부 단속과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 의존한 식량 배급은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에 따른 집단주의가 실패한 것이지 독재정권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독재 국가는 시장이 정치적 통제력을 약화하지 못하게 비밀경찰과 같은 강제 수단을 동원해 사전 차단한다. 특히 북한은 헌법에 핵무기 보유국임을 명시한 시기에 맞춰 시장을 허용했다. 더 비관적으로 보자면, 북한에서 시장의 제도화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인권 탄압을 지속하겠다는 신호이다. 이 시나리오라면 고립과 제재가 가장 합리적 대응 방안이다.

세 번째 해석은 북한 사회와 북한 정권이 분리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CSIS 보고서가 인용한 앤드루 여 교수의 탈북민 인터뷰에 따르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휴대전화를 비롯해 소통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정권과는 별개로 단체"를 구성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데올로기 면에서 북한 체제에 맞서는 게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생존 욕구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라면 김정은 정권은 북한에서 형성되는 신생 시민 사회를 받아 주기 어렵다. 오히려 더 강력한 단속으로 영향력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이런 해석이 맞다면 제재와 선택적 교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대응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자체가 아니라 북한 내 시장을 통해 형성되는 정보 유통과 사회 조직 생성이다. 그런데 사회적 연결망 형성의 진행 속도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속도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

따라서 시장이 우리를 북핵 위협에서 지켜줄 거라 여겨서는 안 된다. CSIS 보고서는 왜 우리가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방안을 강구하고 지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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