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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의 상반된 '內需 침체 대응법'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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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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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 산업1부장

日, 총리 주도 정책 리더십 발휘… 인구 감소 비관론 등 惡材 극복
韓 정부, 경제 위기 방관하며 고용 악화마저 고령화 탓만 해

   
 

일본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資生堂)는 2013년 3월 결산에서 147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1990년대 2500엔까지 올랐던 주가(株價)는 1000엔대로 추락했다. 시세이도의 위기는 경영 실패와 고령화·인구 감소가 초래한 '내수 절벽'이 겹친 탓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시세이도를 인수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쪼그라들던 시세이도가 한때 급성장하던 한국 화장품을 최근 위협하고 있다. 2013년 6000억엔대였던 시세이도의 매출은 1조엔을 돌파했고 주가는 8000엔대로 치솟았다. 화장품 주 소비층인 젊은 인구의 감소 추세는 변함이 없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시세이도의 운명을 바꾸었다. 2~3년 전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외국 관광객의 '싹쓸이 쇼핑'이 일본 전국에서 벌어지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고령화·인구 감소 비관론'에 빠졌던 일본 내수(內需) 업체들이 부활하고 있다. 2011년 600만명대였던 방일(訪日) 관광객이 지난해 2700만명대까지 폭증하면서 '내수 절벽'이 '내수 급증'으로 돌변했다. 1991년 9조엔을 넘던 매출이 5조엔대까지 급감해 폐점이 잇따랐던 백화점 업계도 부활하고 있다. 도쿄 니혼바시에서는 다카시마야(高島屋)가 7층 규모의 백화점을 최근 열었고 인근 미스코시(三越)백화점은 1000억원을 들여 재단장해 내달 오픈한다.

인구 감소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회복 불가능하다는 '부동산 인구 결정론'도 깨졌다. 일본 정부가 올 7월 1일을 기점으로 작성한 전국 평균 기준지가(基準地價)가 전년 대비 0.1% 오른 게 그 증거다. 1991년 이후 27년 만의 상승세다. 외국 관광객을 겨냥한 쇼핑센터, 호텔 건설붐으로 지방 4대 도시(삿포로,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의 지가는 9.2% 높아졌다. 외국인이 장기 체류하는 관광지로 급부상한 홋카이도의 산골 니세코 지역은 40% 넘게 올랐다.

일본의 장기 침체는 고령화·인구 감소에 기인하기 때문에 극복 불가능하니 순응하자는 '성숙사회론(成熟社會論)'도 허물어지고 있다. 일본 사회를 유령처럼 배회하던 인구 비관주의, 패배주의를 걷어낸 것은 정치와 정책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관광객 유치 목표를 2000만명에서 4000만명으로 높이겠다고 2015년 선언할 때만 해도 황당해 보였다. 2013년 당시 일본을 찾은 외국 관광객(1000만명)은 한국(1200만명)보다 적었다.

비결은 총리가 주도한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였다. 총리 주도로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했고 주택숙박업법을 만들어 인구 감소로 남아도는 빈집을 외국인 숙박시설로 활용했다. 폐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산촌·농촌 고민가(古民家)에 외국인들이 몰렸다. 일본인도 출입 가능한 카지노도 반발을 극복하고 법을 통과시켰다. 1년마다 총리가 바뀔 정도로 정치적 혼란에 빠져 '되는 게 없는 일본'은 이제 옛말이다. 정치·정책 리더십이 발휘되면서 '안 되는 게 없는 일본'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이 한때 부러워하던 '관광 우등생' 한국은 장기 침체기의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2016년 1700만명이던 외국 관광객이 작년 1300만명으로 급감했다. 우리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이유로 한국 관광을 가로막는 중국 정부 탓만 할 뿐 위기를 돌파할 혁신적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년 만의 최악이라는 고용 한파, 내수 침체도 고령화 탓이라는 변명이 나온다. 일본은 몸부림, 발버둥 치는데, 한국은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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