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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길이냐 문재인의 길이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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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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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 / 우석대 석좌교수

   
 

지난달 20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가 연속 3선을 했다. 전후 일본에서 최장기 자민당 총재 및 총리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자민당의 각 파벌이 현직자인 아베의 서슬에 눌려 지지를 표명하는 가운데 유일한 대항마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아베의 승리는 예상된 것이었으나 의외로 고전했다고 평가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자민당 현직 국회의원 405표와 전국의 당원 및 당우 405표를 합한 810표를 가지고 치러진다. 아베를 지지하는 의원은 80%인 329표, 이시바를 지지하는 의원은 73표였다. 당원 및 당우 중 55%는 아베를 지지했고(224표), 34%는 이시바를 지지했다(181표). 결과는 553표 대 254표로 아베가 승리했지만 아베를 견제하는 표가 예상외로 쏟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05표로 환산된 일반 당원투표(유권자 104만여명)에서 아베는 224표, 이시바는 181표를 얻으면서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베의 장기집권에 대한 권태가 만연해 있다. 모리토모학원과 가케학원에 아베가 특혜를 준 ‘모리·가케 스캔들’은 그간 아베 정권을 흔들어왔다. 아베는 고위 관료들을 동원해 거짓말과 증거인멸을 하는 등 더욱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해외 파견 자위대의 일지 개찬 문제 등 아베의 일관된 거짓과 엉터리 답변으로 아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외교 면에서도 오로지 미국 일변도의 비굴한 외교로 일관해 일본의 국시인 평화주의에 역행하는 개헌과 군국주의 부활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대북 문제에서는 미국보다 더 강경한 제재론을 주장하여 남북 화해에 반대하고 방해해왔다. 우리 겨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영토·영해 문제에서 호전적이고 확장주의적인 입장에서 배외주의적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자, 외교적 고립의 위기를 느낀 일본은 최근에 와서 갑자기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아베의 진면목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렇듯이 정치·외교에서 정의, 신의, 신뢰라는 윤리를 비웃는 저열한 아베 정권이 전후 일본 정치에서 최장기 정권담당자로 군림하는 이유는 야당이 분열하고 약세라는 사정과 그런 선거제도와 정치구조를 만들어온 뿌리 깊은 문제도 있지만,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에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7월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의 합동 여론조사에 의하면 아베의 정권운영을 ‘지지’한다고 한 자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특히 젊은 10~20대 남성의 73%와 여성의 61%가 지지를 보냈다. 이것은 대졸자 취업률이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무조건 돈을 찍어대고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아베노믹스’를 배경으로 고용 개선이나 경기 회복이 진행된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단카이(團塊)세대로 일컬어지는 60대 이상에서 지지하는 자가 40% 정도로 가장 낮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정권 출범 이래 70% 안팎을 자랑하던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올해 8월에 급락하고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50%를 하회하는 수치마저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경제 문제가 크다. 전기요금 누진제, 은산분리, 최저임금 문제와 중소기업의 반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야권의 대대적인 비난 공세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로 인해 젊은층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청렴결백하고, 약자에 대한 깊은 공감을 지니고 있으며, 평화를 지향하고, 뜨거운 민족적 사랑을 가진 대통령이다. 아베의 저열함에 비할 바가 없는 훌륭한 정치가이지만, 취업이 잘 안된다고 젊은이들의 지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취업이 안되는 당사자는 불안한 마음에 무슨 짓이든지 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일본 노동시장의 저변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나 비정규직 고용이 40%를 넘으며, 비대한 서비스업에 노동인구가 흡수된 측면도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 경제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의 물가는 오히려 도쿄보다 비싼데도 다들 수준 높은 소비생활을 즐기고, 해외여행하는 사람들도 연간 3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며칠 전에 만난 일본의 한 신문기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특별히 나쁜 처지에 있다기보다는 기대치가 높은 거 아닐까요?”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일류기업 급여 수준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일본의 취업자 초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크지 않다. 한국에서는 일류기업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일본에서는 바라볼 수도 없는 30~40평짜리 아파트에 들어가 아주 높은 소비생활을 구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류기업에 못 들어간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전문학교 진학자 비율이 20% 내외로 수십년간 안정되어왔다. 반면 한국의 전문학교는 쇠퇴하고 4년제 대학교 진학을 선호한다. 즉 전문 기술자보다 양복 입고 펜대를 잡는 화이트칼라를 선호한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4년제 일류대학교 합격→재벌기업 취직’이 성공한 인생의 모델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 좁은 문을 향해 죽자 살자 경쟁하는 모양이다. 물론 정부는 당장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손을 써야 할 의무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경쟁에 매달리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한국 사람들의 가치관, 직업의식을 바꾸고, 인간적 자존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의 그물망에 얽혀 달싹하기가 어렵다는 근본 문제가 있어도, 과도한 경쟁체제를 완화시키고, 더불어 사는 인간다운 즐거움과 여유, 다양한 생활에 대한 각자의 만족을 실현시키는 대대적인 사회개혁이 필요하다.

비단 한국 내 모순의 해결만이 아니라, 앞으로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시대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와 사회조직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한 격조 높고 감동적인 연설에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자해적인 악담을 하는 ‘극우’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남북의 지도자가 서로를 대변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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