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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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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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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 /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한국학 부소장

   
 

매년 봄학기가 되면 <동아시아의 경제 개발 및 도전>이라는 수업을 가르친다. 학기 초반에 한중일의 경제성장에 대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네가 만약 세계은행의 북한 경제 담당자라면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해 어떤 정책 조언을 하겠는가?” 라는 과제를 낸다.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 특히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전략을 복습하고 이를 새로운 맥락에 적용하게끔 하는 것이 과제의 취지이다.

북한을 사례로 살펴보게 한데에는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보다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를 살펴보는 것이 연관성이 높아서인 이유도 있지만, 가장 암울하면서도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을 가진 북한 경제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시각을 보고 싶은 이유에서다. 북한의 특수 상황(사회주의, 독재체재, 경제제재, 핵무기 등)은 감안하되 현실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도록 하고 서너 명이 한 팀을 구성해 자유롭게 토론한 후 발표하도록 한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들이 종종 나오는데 예를 들면 동아시아의 초저임금 국가로서의 비교우위를 이용해 제조업을 육성시킨다는 제안 등이다.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하고 중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한 점을 이용해서 중국의 제조업을 북한으로 아웃소싱한다는 아이디어이다.

북한의 고 역량 사이버 군단을 활용해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들을 육성하겠다는 아이디어도 기억에 남는다. 많은 세계적 사이버 보안업체가 탄생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보면 대부분 군 시절에 코딩 실력을 쌓은 인재들이 사회로 나와 스타트업을 차린 케이스이다. 이외에도 관광산업을 개발한다거나 합작투자를 통한 기술 이전을 도모하겠다는 등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과제를 낼 때 현실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얼마나 잘 파악했는가에만 초점을 맞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급변하기 시작한 북한의 정세를 보면, 더 이상 현실성이 전혀 없는 과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북관계를 논할 때면 많은 경우 경제학자들은 뒷전에 있어 왔다. 손과 발이 묶인 제재 국면에다 정치 외교학자들이 급박한 북핵 관련 이슈들을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이 나서 경제 개발을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본인과 같은 경제학자들이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북한 경제를 흥미로운 연구 대상으로 새로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북한 경제를 성장의 궤도로 옮겨 놓을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될 수도 있으니 학문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물론 아직 넘어야할 고비는 많다. 먼저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에 진전이 있어야 하고 북한과의 상호 신뢰도 회복되어야 한다.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대북관계이고 한 경제학자의 괜한 김칫국인지도 모르겠지만,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이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재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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