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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宗主國의 김장문화
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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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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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윤/ 칼럼니스트

   
 

최근 우리나라 사계절은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여름은 지나치게 빨리 와서 늦게 떠난다. 한편 가을은 너무 늦게 오고, 그리고 너무 빨리 떠나 우리를 아쉽게 한다. 가을 들녘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정에서는 김장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농촌에서는 매년 이맘때쯤 무청으로 ‘시래기’ 건조작업을 시작하여, 잘 마른 시래기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겨울철 별미’로 출하된다.


김장은 예로부터 가족들이 겨우내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큰 행사로서 지역마다 김장 담그는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대개 11월 중순께 중ㆍ북부 지역을 시작으로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김장 문화’는 2013년 12월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김장은 가족이 기초가 된 공동체가 함께 만들고, 여러 세대(世代)에 걸쳐 전수됐으며, 독창적이고 유익한 발효식품(醱酵食品)인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김치(Kimchi)가 세계화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건강식품으로 인식되어 1984년 LA올림픽에서 선수촌 공식 음식으로 지정되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김치가 선수들에게 제공되었다. 김치가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부각된데 이어 2003년 사스(SARS)가 김치를 건강식품으로 각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사스가 아시아 전역에 퍼졌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감염자가 거의 없었고 감염자도 건강을 회복했다. 이에 해외 언론들은 ‘한국인들이 김치를 먹어 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보도하여 김치의 명성이 확고해졌다.

지난 10월 30일 오후 서울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롯데그룹 47개 계열사 임직원 1100여 명과 대한적십자사 회장 등이 ‘샤롯데 봉사단 어울림 김장 나눔’ 행사에 참가하여 2시간 30분 동안 40t의 김치를 담갔다. 이들 봉사단이 정성껏 담근 김치는 4천여 개 상자에 담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국 각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여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옛적에는 밥과 김치가 추운 겨울을 살아내게 한 생명의 음식으로 사람들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을 제공하는 밥을 식량(食糧), 무기질과 비타민 등을 제공하는 김치를 반식량(半食糧)이라고 불렀다. 김장은 한국인에게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에 각 가정은 연료 준비와 함께 김장을 해둬야 했다. 김장김치를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년 내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배추 수백포기와 무 수백개를 김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김장을 하더라도 4인 가족의 경우 배추 10-20포기 담그는 게 일반적이다.

1970년대까지 김장하는 날은 이웃끼리 ‘김장품앗이’를 했기 때문에 온 동네가 잔칫날과 같았다. 1980년대에는 친척 중심으로 품앗이 문화가 이어졌다. 과거에는 배추를 직접 구입하여 소금물에 절이고 다시 씻어서 물을 빼는 중노동이었다. 요즘은 김장을 고된 노동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로 인식하기 시작한 사회분위기와 함께 김장을 손쉽게 할 수 있게 한 ‘절임 배추’와 김치 양념의 역할도 크다. 이에 절임배추, 김치 양념 등 가공된 형태의 재료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은 김치 하면 당연히 배추김치를 생각하지만, 배추는 20세기 전반까지도 귀한 식재료였다. 배추는 서거정(徐居正ㆍ1420-1488)의 ‘배추’란 시에 ‘청색 백색이 섞인 싱싱한 배추’로 처음 등장하지만 국이나 나물로 먹었다. 배추로 담근 김치는 17세기 후반 김수증(金壽增ㆍ1624-1701)의 곡운집(谷雲集)에 겨울 김치로 처음 나온다. 그러나 배추는 속이 차지 않는 비결구(非結球)형 배추로, 줄기 사이가 성글어 양념 속을 풍부하게 넣어도 자꾸 빠져나오는 단점으로 김치로는 드물게 사용했다.

오늘날과 같이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꽉 찬 결구배추(heading chinese cabbage)는 중국 산동성에서 18세기 말 한반도로 넘어와 19세기 초반부터 국내에서 재배했다. 결구배추의 초록색 배춧잎을 벗기면 뽀얗고 노란 배추 속살이 드러난다. 과거에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무채와 새우젓, 굴, 고춧가루를 배춧잎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독에 담아 땅속에 묻으면 김장은 끝이 난다. 그리고 방금 담근 겉절이 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을 곁들여 막걸리 한 사발로 행복한 노동을 마무리했다.

김장김치는 배추, 무 등 여러 채소를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킨 음식이다. 저온(低溫)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발효시켜야 하기에 우리 조상들은 온도가 일정한 땅속에 묻어 보관했다. 또한 한겨울에 김치가 얼거나 시지 않도록 김칫독을 짚으로 싸서 묻고, 눈이나 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김치광을 만들기도 했다. 김치 발효에 유산균은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항아리에 김치를 담을 때 빈틈없이 꼼꼼하게 눌러 담아 공기를 빼고 그 위에 우거지를 얹어 공기 접촉을 막았다.

1980년대 말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방식이 되면서 김치 항아리를 묻을 공간이 사라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김치냉장고’다. 1984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의 김치냉장고를 필두로 대우전자, 삼선전자가 제품을 내놓았지만 단지 김장김치를 저온에서 냉장시키는 기능만 있었기 때문에 인기를 크게 끌지는 못했다. 그 후 1995년 발효 기능을 가진 만도기계의 김치냉장고 ‘딤채’가 출시돼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김치냉장고가 김치를 전문으로 보관하는 기능을 넘어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하는 기능이 있어 가정의 필수 가전(家電)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2019년형 김치플러스’는 다양한 종류의 김치뿐만 아니라 바나나, 감자 등 보관이 까다로운 여러 식품을 각각의 특성에 따라 더욱 전문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김장김치는 지역마다 종류, 이름, 조리법 등이 다르다. 김장김치가 지닌 맛의 지역성은 멸치젓, 새우젓, 조기젓 등 어떤 젓갈을 사용했는가에 따라 구분했다. 즉,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에서는 주로 멸치젓을, 충청도와 경기도에서는 새우젓을 사용했다. 충북과 강원도는 젓갈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의 김장 조리법이 1960년대 이후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영향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134만3000t, 가을무 생산량은 약간 증가한 46만1421t으로 예상했다. 서울가락시장 관계자는 가을배추 11월 중순 가격은 평년(5342원, 10kg 上品 기준)에 비해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가을무는 평년 가격(1만39원, 20kg 上品 기준)에 비해 내림세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월 2일부터 11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축제장에서 ‘2018 평창 고랭지(高冷地) 김장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김장문화 전통을 살리고 평창 고랭지배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2016년에 시작되었다. 해발 600m이상의 고지대에서 생산된 고랭지배추는 속이 노랗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행사장에서 절임배추 8kg과 양념 3kg이 4만5000천원에 판매하며, 기호에 따라 추가 양념은 직접 구입하면 된다.

봉우리김치문화원이 추천하는 김장김치 담그기는 주재료 절임배추 4포기(7kg)로 김장을 할 때 부재료는 무 1kg, 배 1개, 홍갓 200g, 쪽파 200g, 미나리 150g, 생새우 200g 등이 필요하다. 양념은 다시마물 2컵(다시마 10g+물 1리터), 찹쌀죽 2컵(찹쌀 1컵+물 7컵), 고춧가루 350-400g, 다진 마늘 300g, 다진 생강 60g, 멸치가루 1큰술, 멸치액젓 350g, 새우젓 80g 등이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겨울철에 담근 김치가 다른 계절에 담근 김치보다 더 시원하고 맛있는 이유는 김치의 맛을 담당하는 ‘류코노스톡(leuconostoc)’ 유산균의 비중이 봄철 대비 약 137%, 가을 대비 약 176%로 현저히 높았다. 김치 발효를 주도하는 3대 유산균은 류코노스톡, 와이셀라, 락토바실러스 등이다. 이중 류코노스톡은 시원한 단맛을 내는 ‘만니톨’과 청량감을 주는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김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 있는 발효식품으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우리나라의 김치 규격을 국제 규격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한 김치 종주국(宗主國)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종주국의 위상이 민망하게 흔들리고 있다. 즉 중국산 김치가 외식업소를 장악하고 있으며, 군대급식에 사용되는 김치 원료와 완제품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김치 소비량도 연간 1인당 1990년 35kg이던 것이 2015년에는 25kg으로 감소했다.

저가(低價)입찰 방식으로 인하여 국내 김치공장의 군대납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군대급식에 사용되는 김치를 전량 국내산으로 대체하면 연간 519억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우리나라 김치 수입량은 2010년 19만2937t에서 2017년 27만5631t으로 증가했으며, 수입 김치의 99%가 중국산이다. 한편 우리나라 김치 수출량은 2005년 3만2307t에서 2017년 2만4313t으로 줄었다.

현재 국산 김치가 가격경쟁으로 중국산에 맞서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산 김치의 품질 차별화와 생산비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 안정적인 원료 공급 등이 시급하다. 올해 김장철에는 각 가정에서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몸에도 좋은 김치를 몇 포기씩 더 담가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김장문화 활성화는 배추, 무 등 김장채소 판매확대를 통하여 농업인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또한 ‘김치 종주국’의 명성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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