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8.12.10 월 19:26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귀순의 정치학
세계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2.0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강호원 / 논설위원

   
 

백제 개로왕 때다. 재증걸루와 고이만년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삼국사기의 기록, “걸루와 만년은 백제 사람으로 죄를 짓고 고구려로 도망했다.” 그런 두 사람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을 줄이야.

개로왕 21년, 475년 9월 고구려 장수왕은 3만 군사를 거느리고 백제 수도 한성을 급습했다. 재증걸루와 고이만년은 고구려 대로인 제우와 함께 백제의 심장부를 공격했다. 두 사람은 선봉장이었던 것 같다. 북성을 함락한 후 남성을 포위했다. 남성은 위례성이다. 삼국사기, “바람을 이용해 불을 지르고 성문을 불태우니 성안 사람들은 어쩔 줄 몰랐다. 개로왕은 수십 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서쪽으로 달아났다.” 왕은 멀리 가지 못했다. 재증걸루에게 잡혔다. 왕에게 절한 뒤 얼굴에 세 번 침을 뱉은 재증걸루. 개로왕을 아단성으로 끌고 갔다. 개로왕은 그곳에서 최후를 맞는다. 아단성은 아차산성이다. 지금 그곳에는 고구려군의 보루터가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왜 고구려로 간 걸까. 죄를 지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침을 뱉겠는가. 개로왕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었음에 분명하다. 고구려 간첩인 승려 도림의 꾐에 빠진 개로왕. 화려한 궁실과 누각을 짓고, 성을 쌓아 재정을 탕진했다. 개로왕이 아들 문주왕에게 마지막 한 말, “내가 어리석어 간인을 믿고 이 지경에 이르렀구나. 백성은 쇠잔하고 군사는 약해졌으니, 누가 나를 위해 싸우겠느냐.” 민심의 이반. 두 사람이 고구려에 귀순한 이유다.

북한군이 또 귀순했다. 사선(死線)과 같은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 11곳을 없앤 후 이루어진 첫 귀순이다. 북한군 소장 아들 오청성씨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탄 세례를 뚫고 넘어온 지 1년 만이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도 남한에 온 탈북자는 지난해 1000명을 넘었다. 왜 탈출과 귀순 행렬은 이어지는 걸까. 개로왕 시대 백제와 다르지 않다.

정치 염증에 경제난까지 덮치면서 “이것저것 다 싫다”는 사람이 꽤 있다. “해외로 이민이나 가야겠다”고 한다. 그 사회공동체의 위험을 알리는 탈출과 귀순. 북한만의 일일까.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