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우리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는 동서고금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 문장은 언제 생각해도 진리다. 책 읽음의 유익함을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책은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다 책으로 가능하다면 구태여 학교에 다닐 필요가 있을까 등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런저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서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서점 한쪽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책에 몰두하고 있는 광경이 마치 도서관 같았다. 한 서점이 많은 사람의 쉼터이자 지성을 깨우치는 곳이 돼 있었다. 그때 나는 한국 국민의 독서를 생활화하기 위한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어린 시절 공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더욱이 인생의 방향을 이끌어 줄 선생님과 멘토를 안타깝게도 만나지 못했다.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다른 부모처럼 의사나 공학자가 되길 바랐다. 파키스탄에서 선호하는 직업은 의사나 공학자이고, 사업가의 자식은 부모 사업을 이어받곤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관련 분야에 취직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파키스탄에서 공부해 성공한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럭저럭 학사 과정은 마쳤다. 그러나 향후 무엇을 해야 할지가 막막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를 통해 한국의 토익시험과 같은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에 대해 알게 됐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글 열풍은 대단한데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선 이 시험이 필수이다.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꿈을 실현으로 옮기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한국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통해 한국에 오게 됐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 대학원에 입학해 보니 강의식 교육에 익숙해서인지 과제를 준비하고 토의하며 결론을 도출해 가는 한국의 교육방식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후엔 교육에 대한 한국의 분위기를 보고 또 놀랐다. 수능 시험 날엔 비행기 소음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수험생을 위해 직장인들은 출근시간도 미뤘다. 그리고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전문가는 특별한 자원이 없음에도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부국이 된 이유로 교육열을 꼽는다. 이러한 생소한 일을 계기로 나는 말로만 듣던 한국의 교육 열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하지만 늦게나마 한국으로의 꿈을 이룬 지금 이 순간이 축복처럼 느껴진다. 되돌아보면 한국어 공부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나는 파키스탄에 돌아가면 한국 국민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잘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