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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도개발사와 재일동포 공덕비의 뜻
제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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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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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제주인 관련 공덕비

“우리도 공단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재일동포들의 재산과 기술을 들여오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1964년 일본을 돌아보고 온 이원만 한국나이론공업협회장(코오롱 창업주)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한 요지다. 곧바로 수출산업공단 단지개발조성법이 제정돼 최초의 국가산업단지인 구로공단이 탄생했다. 재일동포들의 자금이 이 공단에 투입됐다.

당시 구로동은 논밭과 야산, 난민촌으로 이뤄진 변두리 지역이었다. 자전소설 ‘외딴방’을 쓴 소설가 신경숙씨도 정읍여중을 졸업하고 이 공단에서 일하며 밤엔 공부를 했다. 그의 나이 17세부터 19세까지였다. 구로공단 여공들은 월세 3만원짜리 쪽방에서 2~3명이 함께 생활했다. 낮·밤 근무조가 ‘이부제 셋방’을 나눠 쓰며 ‘라보때(라면으로 보통 때운다)’라는 말까지 유행시킨 이들이다.

나중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대학 1학년 때 이 공단에서 여공들을 대상으로 야학 활동을 하며 카세트 케이스를 만드는 일을 했다. 이 공단은 한국 산업개발사의 첫 장을 이룬다.

제주도에서도 1964년을 전후로 재일동포들이 고향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다리를 놓고 전기를 가설하고 마을회관을 지었다. 제주도 개발사의 첫 장 역시 재일동포다. 도내 곳곳에 세워진 재일동포들의 공덕비는 그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재일제주인 고향애 발자취 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사 중인 당시 재일제주인 공덕비는 총 837기로 확인됐다. 제주시 동부지역(동지역, 조천읍, 구좌읍, 우도면) 252기, 제주시 서부지역(애월읍, 한림읍, 한경면) 249기, 서귀포시 지역 336기 등이다.

이 공덕비는 1세대 재일제주인의 애향의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역사적 사료다. 보존하고 기록하여 후세에 전해야 한다.

올해 5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은 개막작인 ‘야키니쿠 드래곤’이었다.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용길이네 곱창구이(야키니쿠 드래곤)’ 가게를 하며 살아가는 재일한국인 가족의 삶을 다룬다.

주인공 용길은 태평양 전쟁에서 왼쪽 팔을 잃은 제주도 출신이다. “한 손엔 돈, 한 손엔 눈물”이라는 등 재일동포의 삶이 그려져 있다. 이런 돈을 들고 고향을 찾아왔던 1세대 재일제주인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재일제주인 고향애 발자취 기록화’ 사업은 재일제주인들의 정신을 기릴 뿐만 아니라 도민과 재일제주인의 미래 지향적 관계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제주는 더 커져야 한다. 외연을 확장하고 세계로 시장을 넓혀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제 1세대 이후 제4세대에 이른 재일동포사회와 협력해 나가는 동시에 전 세계 제주인 네트워크를 강화해 제2의 제주도 개발의 새 역사를 이뤄내야 할 시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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