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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훈풍과 경제 한파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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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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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춘렬 / 산업부장

반도체·철강 주력업종 이상징후 / 고비용 저효율 구조도 날로 악화 / 경제가 망가지면 평화는 ‘신기루’ / 지금이 ‘제2 한강 기적’ 필요한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김일성 사망 이후 17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2012년 새해 때 기자가 베이징 특파원 시절 썼던 칼럼에 인용한 말이다. 김정일 사망과 같은 급변사태는 한국외교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의제를 선점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칼럼의 요지였다. 당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불안정한 점에 주목해 3년 내 통일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중국이 기민한 외교적 대응으로 김정은 후계체제를 지지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꼭 7년이 흐른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울 답방 의지를 담은 친서를 보낸 데 이어 신년사에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뜻을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해 한반도에 전쟁 공포를 없앤 점은 큰 성과라 할 만하다.

한반도 훈풍과는 달리 경제에는 한파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한국경제를 떠받쳐 온 반도체와 철강 등 주력업종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자동차업계는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 저변에 만연한 반재벌 정서와 갈수록 노골화하는 문재인정부의 친노동정책 탓에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대기업 투자가 얼어붙었고 고용난도 최악의 상황이다. 올해 경제는 작년보다 더 나빠지고 장기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는 잿빛 전망이 쏟아진다.

남북통일의 반면교사인 독일통일은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서독의 강력한 경제력이 기폭제로 작용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독일경제의 힘은 1990년을 전후로 극심한 경제난에 빠진 소련과의 통일협상에서 극적으로 표출됐다. 당시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1990년 1월 소련에 쇠고기, 돼지고기 등 2억2000만 마르크 상당의 생필품 지원에 이어 약 150억 마르크를 쏟아 부어 통일의 최대 걸림돌인 동독 주둔 소련군의 철수와 소련의 통일 승인을 얻어냈다. 그해 10월 3일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 등 4개 연합국의 분할통치 이후 41년 만에 통일시대를 맞게 된다. 독일 경제력의 원천은 산업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그룹인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폴크스바겐과 세계적 전기·전자기업 지멘스, 글로벌 종합화학 및 제약업체인 바이엘은 경제 강국 독일을 상징하며 통일 독일을 반석에 올려놓았다.

경제가 망가져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신기루에 불과할 따름이다. 가뜩이나 한반도는 중국·러시아 등 대륙과 미국·일본 등 해양강국 사이에 끼여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터다. 경제력 부재 상황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통일주체의 지위를 확보하기는 불가능했던 게 과거의 경험이다. 대내적으로 경제 불안은 이념 갈등과 국론분열을 심화하기 일쑤다. 최근 사회 전반에 ‘친미반동주의’ ‘종북 좌파세력’과 같은 극단적 주장이 난무하고 이해단체 간 갈등과 반목이 심화하는 것도 경기침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제 강국 건설은 평화와 통일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선결과제다. 지금 한국경제는 ‘제2 한강의 기적’이 필요한 때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정 성과를 성찰하고 시계를 넓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여건을 꼼꼼히 따져 장기적인 통일 대계를 세우길 바란다. 성급한 대북 접근은 남북교류와 단절을 반복하며 퍼주기와 비리 논란을 야기할 게 불 보듯 뻔하다. 화급한 것은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 정신을 살려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이다. 여론조사에서 경기침체 여파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이래서는 대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에도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이미 경제력과 남북관계의 함수를 꿰뚫고 있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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