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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 펠로시’의 새해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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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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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 고문

   
 

2019년 첫 주, ‘정부 셧다운 전투’로 시작되는 워싱턴 새해의 역학구도는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졌다. 자당의 보호막 속에서 의회조사를 면하고 ‘입법 승리’를 누리며 집권 첫 2년을 안주해온 정치초보 트럼프 대통령에겐 미지의 영역이다. 굴종하던 공화당 하원은 퇴각하고 일제사격 준비태세를 완료한 민주당 하원이 그를 향해 포진해 있다.

오늘 새 하원의장으로 지명될 17선 베테랑 낸시 펠로시가 이제부턴 사사건건 그의 앞을 막아설 것이다. 공화당 천하의 워싱턴에서 폭주하던 트럼프에게 취임 후 처음으로 파워와 기질을 갖춘 적수다운 적수가 등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 펠로시의 대결이 2019년과 2020년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한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가 ‘그녀와 그’의 프로필을 흥미롭게 비교하고 있다.

“그녀는 민주당에서 가장 파워풀하고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꽉 잡고 있다. 그녀는 우파의 혐오 대상이다. 그녀는 탄핵과 모든 트럼프 공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녀는 웃으면서 그를 기죽일 수 있다. 그녀는 어떤 법안도 막을 수 있다…”

“그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알려진 ‘공화당원’이다. 그는 공화당 정치인들을 꽉 잡고 있다. 그는 민주당의 혐오 대상이다. 그는 백악관 회동에서 그녀에게 남성적 우월감을 내세웠다가 호된 반격을 당했다. 그는 곧 그녀 휘하 위원장들의 소환 대상이 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전투를 즐길 “두 사람의 냉랭한 관계가 미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결론짓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의 라이벌 등장까지는 펠로시를 ‘새로운 힐러리’ 삼아 맹공격할 것으로 경고하지만 민주당 전략가들은 위협당할 그녀가 아니라면서 “펠로시의 주요임무는 2020년 민주 대선후보에게 트럼프를 접시에 담아 서브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워싱턴의 금년 주요 관전포인트의 하나는 “트럼프는 살아남을까”다. 그건 민주당이 “새로 손에 쥔 하원의 주도권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와 일맥상통한다. 민주당도 일사불란한 것은 아니다. 이미 트럼프 조사에 전력할 것인가, 헬스케어, 최저임금, 이민, 기후변화 등 산적한 주요이슈 입법에 집중할 것인가, 리버럴과 중도파의 의견이 충돌하며 내분이 가시화되고 있다.

2019년 민주당 하원은 인종·성별·연령·이념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젊고 진보적인 ‘뉴 키즈’의 대거 입성이 특징이다. 민주당 진보의원협회는 거의 100명으로 늘어나 엄청난 영향력을 예고한다. 지난 몇 년 공화당 하원에서 강력한 파워를 행사해온 극우파 프리덤 코커스 회원은 30여명에 불과했다.

오늘 개원하는 제116대 의회에 높은 입법 실적을 기대하는 정치가는 별로 없다. 민주당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공화당 상원과 백악관 문턱 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통과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상원과 백악관을 탈환할 경우 실현시킬 환경보호, 헬스케어, 친이민 개혁 등 정책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추진할 입법화 시도에서 민주당은 트럼프와 타협할 필요를 못 느낀다. 더구나 2020년 선거를 앞둔 현재 시점에선 타협보다는 선명한 이념노선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게 현실이기도 하다.

백악관을 향한 견제와 균형의 신중한 조절을 누구보다 잘 아는 펠로시이지만 당분간은 당의 강경 분위기를 대변하며 트럼프에 밀리지 않는 힘겨루기를 펼쳐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민주당의 새해 첫 플랜이 ‘트럼프 책임론 못 박기’다. 하원 주도권을 탈환한 첫 주에 장벽건설 예산이 포함되지 않은 일련의 지출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공화당 상원과 백악관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다면, 셧다운이 트럼프의 책임임을 재확인시키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장벽예산을 통째로 들어낸 지출안은 시작일 뿐이다. 트럼프 대 펠로시 대결은 하원의 트럼프 조사가 봇물을 이루면서 본격화 될 것이다. 트럼프 자신과 가족들, 트럼프 비즈니스와 대선 캠페인, 트럼프의 참모와 정책들…타겟 분야가 100여개에 달할 것으로 민주당은 추산한다. 2월로 예상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결과 최종보고서가 고성능 폭탄으로 터질 경우, 지금은 언급조차 자제하는 탄핵 추진도 펠로시의 전투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워싱턴의 새해결심’ 1위는 “그만 싸워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서포크 대학 여론조사 결과다. 국경장벽 건설은 2%, 트럼프 탄핵은 9%에 그쳤으며 초당적 협력이 29%로 가장 많았다. “더 큰 정부도, 더 작은 정부도 원치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효율적 정부다”라는 40대 주부의 한마디가 표밭의 정서를 정리한다.

그의 재선을 위한 ‘실적’과 그녀의 민주당 통치능력 ‘증명’을 위해 필요한 ‘초당적 타협’은, 그러나 양극화된 양당 핵심진영의 분노와 반발을 살 수 있다.

경륜과 자료를 근거로 흠집 많은 트럼프를 코너로 몰아갈 78세 펠로시와 민주당의 조사 속도보다 빠르게 ‘새로운 위기를 제조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72세 트럼프 - 전의에 불타는 노(老) 적수들이 언제, 어떻게 손을 내밀지…불확실한 트럼프시대가 또 한 번의 새해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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