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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에 패한 것일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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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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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현 / 논설위원

中, WTO 가입은 미국 도움… 美 기업 남긴 기술 활용하기도
'외세 압박' 빌미로 내부 통제… 美·中 패권전쟁 예단 어려워

   
 

중국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1984년 초까지 '사영기업은 직원 7명 이상을 고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유지했다. 7명이란 숫자는 '자본론'에서 나왔다. 카를 마르크스가 8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공장을 예로 들었는데, 중국은 8명을 노동 착취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개혁·개방 초 중국의 발전은 더뎠다. 1993년만 해도 중국 인구의 57.2%가 하루 1.9달러(약 2100원)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이었다. 이런 중국에 날개를 달아준 건 미국이었다.

첫 번째 날개는 2001년 중국의 WTO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미국이 후원한 것이다. 당시 중국은 저임금으로 제조업을 키우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 수출길을 열려고 했다. WTO 가입이 절실했다. 당시 미국에선 "중국이 지배적 무역국가로 부상하면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위험해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한 만큼 중국도 자유화의 길을 걸을 것이고 거대한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더 컸다. 2001년 1조3393억달러이던 중국 GDP는 2009년 4조9093억달러를 찍으며 세계 3위가 됐다. 그런데도 중국 자유화와 시장 개방 속도는 GDP 성장에 크게 못 미쳤다.

두 번째는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이었다. 상하이 증시는 반 토막이 났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4조위안(약 700조원)을 풀었고 그 후유증을 여태 앓고 있다. 그러나 금융 위기에 휩쓸려 중국을 떠난 미국 기업 등이 남긴 '기술 자산'을 고스란히 챙기는 뜻밖의 횡재를 했다. 중국 기업이 저임금을 넘어 기술력을 갖추는 계기였다. 2010년 중국 GDP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그때부터 'G2'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금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의 완패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실제 군사력·경제력·기술력 등에서 미국은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이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전 세계 특허 출원 건수의 40%가 중국이다. 7년 연속 세계 일등이다. 미국 특허 출원은 중국의 절반도 안 된다. 최근 미국의 제재 타깃이 된 통신기업 화웨이(華爲)는 연 매출의 14%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쓴다. 애플이나 퀄컴보다 많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 기업에 '기술 자력갱생'을 다그치며 천문학적 돈을 대주고 있다. 중국에 인구 100만명이 넘는 지방 도시만 100곳이 넘는다. 내수 경제로도 미국 압박을 어느 정도 견딜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전통 가운데 제갈량의 '공성계(空城計)'가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적이 공격해오면 정면으로 싸워 전멸하거나 후일 기약 없이 항복하는 대신 성(城)을 비우고 유유하게 피리 부는 모습을 연출한다. 적(敵)은 매복을 우려해 함부로 휘젓지 못한다. 중국이 시장 문을 완전히 열어도 미국 기업 등이 제 안방처럼 활개 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 시장이 순식간에 '블랙홀'로 변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전방위 공세가 오히려 고마울 수도 있다. '외세 공격'은 부쩍 성장한 시민사회의 자유화 요구와 소수민족의 독립 열망 등을 탄압하는 좋은 구실이 된다.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사태도 '미국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중국의 최대 악몽은 경제난과 사회 불안이 겹쳐 정치 위기로 번지는 상황이지만 현 중국에는 공산당을 대체할 정치 세력이 없다. 지금 미·중 무역 전쟁이 20~30년 뒤 중국에 세 번째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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