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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TV>대표 진천규 “남북-동질성 회복보다 이질성 수용 더 중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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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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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천규 <통일 TV> 대표. ⓒ자료사진

2019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오전 9시. 주요 보도전문 채널은 일제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생중계했다. 30여분간 계속된 생중계가 끝나자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의 뉴스해설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조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 역시 김 위원장의 신년사였다. 신년사 내용은 물론 소파에 앉은 연설 자세까지 시시콜콜 해설했다. 정작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는 무슨 내용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나갔다.

언제부터 북측 뉴스가 이렇게 중요하게 취급됐는가. 유엔의 대북제재로 현실적인 남북경협은 미뤄지고 있지만 철도·도로 등의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가장 예민한 문제인 군사분야도 비무장지대(DMZ) 내 GP(일반전투초소)가 철수되고 남북 정상은 ‘사실상’ 종전선언을 이끌어 냈다. 남북은 학술·역사·문화·예술 등 분야에서 이미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하나, 아직 풀릴 기미가 없는 분야가 있다. 바로 언론분야다. 거의 모든 분야가 남북 교류·협력 단계에 들어가고 있지만 언론 교류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난해 남측 기간 통신사는 물론 유력 방송사도 평양지국을 세우기 위해 TF를 만들어 맹렬히 뛰었지만 드러난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북측을 비교적 자유롭게 왕래하며 ‘취재’하는 기자가 있다. 아마 한국 국적으로는 그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그는 통일TV 진천규 대표(61)다. 그는 언론분야 남북교류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북한 자유롭게 ‘취재’하는 한국 국적 기자
“내가 보건대 남북 언론 교류는 경제·관광·학술 등 모든 민간교류를 다한 다음 가장 늦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북은 기성 남측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북은 남측 언론에 일종의 ‘한’이 맺혀 있다. 북이 어려운 시기에 ‘뭘 했냐’는 일종의 원망이다. 북은 체제선전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도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금도 모 종편은 일부 탈북자 목소리만 전하고 있다. 북은 이를 철저히 ‘반통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남북 보도에서 새로운 물꼬를 열었다. 세련된 옷에 휴대폰 통화를 하며 출근하는 평양시민의 모습과 고층아파트, 택시가 달리는 평양 시내를 생생하게 전한 것이다. 이는 유엔 경제제재로 거의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여겼던 남한 사람에게 충격이었다. 이런 공로로 그는 지난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만든 ‘성유보 특별상’을 받았다. 성유보상은 언론인 고 성유보씨(1943~2014)의 언론 민주화 평화·통일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5년 제정됐다. 그는 ‘정확한 북측 보도의 물꼬를 텄다’는 이유로 이 상을 받았다.

-지난 연말 북에 갔다 와서 크리스마스를 평양 봉수교회에서 보내는 사진을 공개했다.

“봉수교회는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한 번 갔던 것이다. 주된 취재 목적은 금강산의 겨울이었다. 원산 마식령 스키장도 갔다. 그런데 안타깝게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에 눈이 없었다. 그래서 1월에 다시 금강산을 간다. 2월 4일 JTBC와 설 특집 계약으로 금강산의 가을·겨울, 원산과 평양의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할 것이다.”

-지난해 추석 남북의 음식, 특히 평양냉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남한 사람의 관심이 높았다.

“지난해 1월 4일 JTBC 스포트라이트로 방영된 첫 번째 프로그램이 큰 주목을 받았다. 평양 여명거리의 화려한 야경을 소개한 이 방송은 재방까지 10% 넘는 시청률이 나와 모두 깜짝 놀랐다. 북에서도 다 안다. 북의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당신 어디 소속이냐’고 물어 ‘JTBC에서 방영된다’고 하니 ‘손석희 사장 방송국이구먼’이라고 하더라.”

-취재할 때 전혀 제재나 감시가 없다고 할 수 있나?

“북에 가면 감시원과 같이 다녀 정해진 것만 취재한다고 하는데, 그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거꾸로 북측 사람들이 남에 내려오면 통일부나 국정원 등에서 안내하고 매일 관계기관에 보고할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북측 사람이 미국 LA에 가면 사전에 미 국무부에 신고하고 국무부 요원과 함께 다닌다. 꼭 북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북에서 취재하고 싶은 것의 95%는 다 취재했다.”

-그나마 한국 국적으로 북에 가서 나름대로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는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신뢰를 얻었나.

“그렇다. 신뢰다. 북에서는 남측 언론을 매우 불신한다. 그동안 사실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은 자신의 체제선전을 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기자적 시각으로 사실보도만 해달라는 것이다. 내가 북에 잘 보인 것이 아니라 기자적 입장에서 보도한 것일 뿐이다. 우리 언론은 북 보도에서 언제·어디서가 없다. 고난의 행군 장면을 지금도 보여준다. 그러니 남한 사람 절반이 북측 주민이 여전히 굶어 죽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북측 주민들은 굶지 않는다. 평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포·사리원도 다 그렇다.”

최근에는 일본 <조선신보> 기자를 통해 북의 최근 모습을 촬영한 사진전이 열리는 등 ‘북맹타파’ 행사도 많이 열린다. 사진은 휴대폰을 보면서 출근하는 평양 시민과 평양의 고층아파트, 화려한 평양 야경, 활발한 상가 모습 등 확실히 달라진 모양새다. 심지어 평양 호텔에서 페이스북으로 전세계에 뉴스를 전송하고, 대동강가에서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서울로 전하는 시대가 됐다. 재미교포 신은미씨도 2014년 이런 내용을 전했지만 박근혜 정권은 신씨를 국가보안법상 ‘북한 찬양·고무’라는 이유로 신씨를 ‘추방’했다.

3·1절 100주년, 북한 전문 방송 개국 예정
지구상 거의 유일하게 수십 년간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북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얼마 전까지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굶어 죽고, 먹거리를 찾아 탈북하다 죽은 시신이 국경에 널려 있었다. 그렇게 치밀한 경제제재에도 북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나도 그 점이 궁금해 물어봤다. 그들은 ‘외세를 믿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자력갱생에 매진했지만 1990년대 ‘큰물 피해(홍수)’로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고 했다. 아무도 돕지 않는 그때 그들은 다시 ‘자활경제’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외부지원 없이도 풍족하지는 않지만 살 수 있다. 북의 식량 자급률은 90%가 넘는다. 그들은 쌀이 없으면 보리밥 먹으면 되고, 보리쌀 없으면 강냉이와 감자를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강냉이와 감자를 질리지 않게 먹기 위해 강냉이·감자요리를 20가지 넘게 개발했다. 조금만 더 제재를 가하면 북이 손들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북을 모르는 소리다.”

진 대표는 오는 3·1절 100주년에 맞춰 북한전문 방송 ‘통일TV’를 개국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법인을 설립하고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주 형식의 모금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종찬 전 국정원장, 권영길 전 국회의원이 상임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납입자본금과 조건을 충족시키고 1월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정식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신청을 했다. 이제 준비위 차원이 아닌 정식 ‘통일TV’로 출범한 것이다. 그는 직원을 추가 채용하고 국내외 자문변호사와 자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인적 자원을 넓히고 있다.

-‘통일TV’의 성공 관건은 결국 사업성이다.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을 기존 공중파·케이블 방송에 제공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일단 자체 방송에 주력하려고 한다. 케이블 TV 허가조건은 매일 2시간30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충족할 자신이 있다. 북이 제작한 드라마, 요리 등의 프로그램을 하루 24시간 방영한다. 시청률도 자신한다. 북이 제작한 만화영화 <소년장수>는 매우 재미있다. 나중에 광고도 붙이고, 사업도 할 수 있다.”

-자연·음식 등의 프로그램은 비정치적이어서 문제가 없지만 역사 드라마, 특히 현대사는 정치·이념적 요소가 적잖다. 이를 피할 방법은 있는가.

“확실한 것은 문 대통령이 남북은 5000년 역사라고 했지만 남북은 8000년을 함께 살았다. 고구려 시조 이야기를 다룬 <고주몽 이야기>, 고구려 역사물 <소년장수>, <임진왜란>과 <임꺽정>에 무슨 ‘김일성 사상’이 있겠는가. 이들 드라마를 다 봤는데, 사회주의의 ‘사’ 자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현대사는 예민한 부분이 있지 않겠나.

“자체 심의를 할 것이다. 김일성 주체사상이 한 대목이라도 들어 있으면 방영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이 살아있으니 우리는 그 법을 지킬 것이다. 나는 직원들에게 국가보안법 숙지하라고 하고, 남북교류협력법도 철저히 지키라고 강조한다. 조금만 의심이 나는 방송은 변호사에게 사전 검토를 의뢰한다. 나는 방영하는 프로그램도 사전에 검토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방심위는 사후 심의를 한다고 하더라.”

<한겨레> 퇴사 후 가족 모두 미국 이민
방송국 정식 허가필증은 30일 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채널은 세 자릿수로 배정받고, SK, KT, CJ 등 케이블방송망을 통해 전국에 방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TV의 차이는 우리는 100만 화소 고화질(HD)인데 북은 40만 화소 수준의 SD 화질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고, 사실 대형 TV 아니면 별로 화질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문제는 TV 가로세로 비율이다. 우리는 16:9이지만, 북은 4:3으로 약간의 기술적 차이가 있다. 화면 양옆은 검정색으로 지우고 방영할 예정이다. 진 대표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보도를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토론·좌담·칼럼 등은 거의 무한대로 자체 제작해 방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대표는 1959년 서울 출신으로 배재고를 나와 단국대를 다녔다. 대학에서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기자의 꿈을 키우다 86년 <경인일보> 사진기자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합류해 1992년 남북 고위급회담, 2000년 6·15 정상회담을 취재했다. 2001년 <한겨레신문>을 퇴사하고 가족 모두 미국으로 취업이민을 떠났다. <미주한국일보> 기자를 하면서 영주권을 얻고 2017년 10월부터 ‘취재’ 목적으로 북을 여덟 번이나 오갔다. 무엇보다 그는 남북교류가 중단된 5·24조치 이후 북을 취재한 한국 국적의 첫 번째 기자다. 요즘 그는 거의 매달 한 번씩 평양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그가 북에 대한 취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지극히 ‘기자적’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요즘 케이블에는 ‘강아지TV’도 있는데 통일 관련 TV가 없다는 것에 자괴감이 들었다”면서 “일부 종편에 탈북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은 북의 진실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2500만 북한주민 중 0.2%도 안 되는 사람들, 특히 종편에 나오는 불과 수십명의 일방적 주장은 북을 정확히 보여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가 ‘통일TV’를 통해 꿈꾸는 목표는 지극히 단순한 것이다.

“남북의 정치적 통일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통일운동 차원에서 남북 ‘동질성 회복’을 얘기하는데, 나는 ‘이질성 수용’을 얘기하고 싶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남북의 이질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북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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