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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사죄’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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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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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 논설위원 

   
 

‘정의를 위해 싸워온 전시 성노예 피해자.’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가 이 같은 표현으로 고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부고를 싣자 7일 일본 정부가 반론을 보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에게 성실한 사죄(sincere apologies)를 해왔다’는 주장이 골자다. 외무성 보도관 명의의 이 반론문에는 “일본 정부는 이미 전 위안부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거나 “NYT는 화해·치유재단의 지원을 모든 위안부가 거절한 것처럼 썼지만 생존 위안부 47명 중 34명이 (지원금을) 받았다”는 주장도 담겼다.

▷사죄를 주고받는 사이에서 ‘성실’이란 표현은 매우 주관적이다. 가해자가 성실했다고 주장해도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죄라고 느끼지 못한다면 성실한 사죄라 하기 어렵다. 그것도 여성의 명예와 존엄,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무척 다루기 힘든 과제를 거론하면서 ‘성실’이란 그리 가볍게 쓰일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비근한 예로 2015년 12월 이뤄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는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실함’이 결여된 내용이 문제였다. 합의문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도 담겼지만 피해자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일본이 과거 몇 차례 사과를 한 것은 사실이다.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의 위안부 모집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했고 1995년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사죄편지와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모리 등 역대 총리 4명이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냈다. 이렇다 보니 그들 표현대로 ‘골포스트를 옮기는 경기’를 강요당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과와 반성을 통해 조금씩 틔울 수 있었던 치유의 싹을 짓밟은 것은 바로 아베 정권이다. 2012년 말 집권 이래 고노 담화의 검증에 나서는 등 역사수정주의에 치우치는 태도를 보여 기존의 반성과 사과의 진솔성마저 훼손했다. 정말 일본의 명예와 위신을 생각한다면 부고 기사에까지 일일이 반론하는 속 좁은 행태보다는 인류 보편의 관점에서 여성 인권을 바라보고 자신들의 역사인식을 재고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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