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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주권은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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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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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 / 우석대 석좌교수

   
 

북·미 하노이선언은 마지막 순간에 환영으로 사라져버렸다. 예비회담을 거쳐 합의문도 거의 완성되는 수뇌회담에서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합의보다 낫다”며 회담장을 걸어나왔다. 미국의 여론을 의식한 강경한 모습을 보이려는 심산도 엿보인다. 미국 여론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도 서명을 거부하고 회담은 무산됐다.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도이머이 정책으로 눈부시게 변모하는 하노이에서 북한의 엄청난 발전 가능성을 떠벌리고, 핵·미사일 포기 시의 장밋빛 그림을 그리는 트럼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회의장을 걸어나온 김 위원장의 결단을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압도적으로 물질적인 우위에 서는 트럼프가 “거래하는 자는 언제든지 걸어나올 줄 알아야 한다”면서 물건을 흥정하기 위해 거래의 중단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과는 달리, 오랜 제재 속에서 지친 약소국을 이끄는 김 위원장의 입장은 매우 어렵다. 회담의 첫 소감으로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고 한 표명에 잘 나타나 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핵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고, 어떤 고난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지켜온 주권의 문제인데 트럼프와 같은 교활한 장사꾼을 상대로 협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정한 거래는 쉽지 않으나, 거래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쌍방이 이득을 보는 윈윈 게임도 있으며, 좋은 장사꾼은 상대에게도 이익을 주면서 서로가 이득을 보는 장사를 하는 법이다. 트럼프는 ‘거래의 달인’을 자처하지만, 그의 변호사였던 코언의 말대로 ‘인종주의자이며, 거짓과 속임수를 일삼는’ 트럼프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부한 사람이 아닌가? 트럼프의 의도는 북한을 무장해제시키고, 신자유주의적인 시장경제 속으로 끌어들여 마음대로 주무를 생각일 것이다. 그 반면, 북한이 지향하는 바는 주권의 고수와 자기식의 경제번영, 그리고 민족의 통일일 것이다.

북·미가 모두 ‘평화’를 말하나 그 내용은 판이하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당사자인 미국에 ‘평화’는 자신의 지배질서의 관리·유지에 다름이 아니다. 반대로 미국의 침략 의도에 항거하고 싸워온 북한에 평화는 미국의 군사적인 위협이 없는 생존권의 확보다. 냉전 붕괴로 중·소와의 동맹이 무너진 북한은 알몸으로 미국과 맞서게 되고 경제위기까지 겹쳐 ‘빈자의 무기’인 핵·미사일을 선택했기에, 국제질서에서의 일탈자 또는 위법자로 낙인찍혀 일방적인 제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재작년 9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핵·미사일’이라는 전략적 공격·보복수단을 확보해 미국의 교섭 상대자로 등장하게 되었다. 작년 6월에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를 열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확립을 약속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것을 구체화하게 되었었다. 사전 협의에서 북한의 영변 핵단지의 투명하고 완전한 폐기 및 핵·미사일 실험 중단, 미국 측의 제재 일부 완화와 쌍방 연락사무소 설치를 맞바꾸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하는데, 본회의에서 등 미국은 영변 핵단지 외의 시설인 강선 플루토늄 제조공장의 해체를 요구했으며, 북측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회의장에서 걸어나온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심야에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요구한 것은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가운데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할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미국이 새로운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그 계산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의아해했다. 북한은 평화를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고 단계적 ‘행동 대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하기에 영변 핵단지의 해체와 민생관계 제재 해제의 맞바꾸기로 제1단계의 신뢰를 쌓으려고 했다고 한다. 어차피 15개월에 이르는 핵과 미사일 실험의 동결로 현상의 평화는 확보되어 있으니, 유엔 제재의 이유도 소멸했는데 제재는 하나도 해제되지 않는 현실이 있다.

미국은 대북 교섭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으며, 북측도 미국을 비난하지 않고 재교섭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 중재자로 나설 각오를 표명하고, 미국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19일 우석대학교 동아시아평화연구소가 인재근, 강창일 의원실의 협조를 얻어 개최한 ‘제재와 주권’ 국회 정책세미나에서 표명된 바가 있으나, 제재로 주권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현실이 있다. 그러기에 제재를 우회하는 궁리를 하기보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하는 ‘주권’이 있음을 과감하게 주장해야 할 때다. 제재의 해제와 6·25전쟁의 종결, 한반도 평화체제의 확립은 바로 우리 민족의 주권 회복의 과정이기도 하고, 바로 ‘촛불행동’을 통해서 얻어낸 국민주권을 민족주권의 확립으로까지 승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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