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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사랑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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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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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현 / 논설위원

   
 

작년 9월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에서 '태평양 도서국 포럼 정상회의'가 열렸다. 18개국 정상이 모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중국 차관급 외교관이 한마디 하겠다고 끼어들었다. 나우루 대통령이 발언 기회를 주지 않자 중국 대표단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장을 나가 버렸다. 중국 관광객이 먹여 살리는 소국(小國)들의 회의라고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나우루 대통령은 "일개 관리가 큰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정상들을 협박하려 했다"고 꾸짖었다. 인구 1만명의 대통령이지만 할 말을 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과거 '조공(朝貢) 외교'로 돌아가고 있다. 어느 국제 환경 회의에서 한 북유럽 국가가 중국 미세 먼지 문제를 지적했더니 중국 대표는 "전체 인구가 베이징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나라 발언"이라고 비아냥댔다고 한다. 중국에 당하고도 침묵하면 계속 당한다.

▶문재인 정권은 '중국'을 좋아한다. '마오쩌둥의 중국공산당'을 좋아한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마오쩌둥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재작년 방중 때 시진핑에게 외교 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푸대접을 받았다. 아주 대놓고 무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부르기도 했다. 인구 5000만명이 넘은 나라 중에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은 국가는 세계에서 한국을 포함해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7개국밖에 없다. 어떻게 한국이 작은 나라인가.

▶그제 문 대통령이 사상 최악의 미세 먼지 문제를 놓고 "중국에서 오는 미세 먼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에 왜 말 한마디 못 하느냐'고 국민 분노가 들끓자 겨우 내놓은 지시다. 그러자 몇 시간 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의 미세 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는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의 공식 언급인데 국장급에 불과한 중국 관리가 '근거' 운운한다. 만약 일본이 이렇게 했으면 문 대통령과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조용히 있었다. 일본은 35년간 우리를 괴롭혔지만 중국은 2000년간 우리를 침략하고 짓밟았다.

▶시진핑은 문 대통령이 보낸 특사를 두 차례나 하석(下席)에 앉혔다. 홍콩·마카오 행정장관이나 지방서기가 시 주석에게 보고하는 자리였다. 중국 외교부장이 회의장에서 문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친 적도 있다. 그래도 좋다면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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