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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이해하는 韓대사 온다"…한일관계 숨통 트일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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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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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영 / 특파원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난 4일 주일 한국대사의 교체 뉴스를 전하면서 신임 대사 내정자가 "일본어도 이해 가능하다"고 제목을 뽑았다.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 주일 대사로 온다는, 어찌보면 당연해야할 일이 일본 언론의 기사 제목감이 되고 있는 사실은 현재의 한일관계가 얼마나 불통(不通)상태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양국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지적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뿌리 깊은 과거사 문제에서 시작된 양국간 갈등은 초계기 레이더 문제 등 군사적 긴장으로 확산되고 있고, 나아가 북핵에 대처하는 한미일 3국 안보체계에도 균열을 초래하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양국의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한국의 반일감정과 일본의 혐한감정을 적절히 조장하고 이용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을 위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한국의 도전을 확대 선전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한국에서도 진보세력이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끊임없이 규탄함으로써 반일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보수세력에 친일의 낙인을 씌우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의 한일 갈등이 양국의 최고 정치세력 차원에서 관리되는 문제임을 방증이라도 하듯 이곳 도쿄에서 지켜본 한국의 외교관들은 무기력하기 그지 없어 보인다. 이들의 표정에는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는가"라는 푯말을 달고 다니는 듯 하다.

실제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청와대 눈치를 봐야하는 게 현실이다. 대사관 차원에서 소신을 보였다가 어떤 질책을 받을지 알 수가 없다. 대사관에 나와 있던 일본통 외교관들이 전(前) 정권 때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에 차출돼 일했다는 이유로 국내로 소환인사 당하는 정도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외교부에서 '미국 스쿨'과 함께 양대 축을 이루던 '재팬스쿨'이 이 정권 들어 몰락하고 일본 근무 희망자가 줄어들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본 정부와 언론이 그나마 새로 부임하는 한국대사가 일본 근무 경력이 있고 일본어가 가능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기대를 표하고 있는 모습이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양국간 소통채널이 이렇게도 바짝 말라버렸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의 웬만한 지한파 인사들도 이제는 한국관련 일에 좀처럼 나서지 않을려고 한다. 나서봐야 한국 측과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어렵고 자칫 일본 내에서 욕만 얻어먹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일 간의 정치외교적 관계와는 무관하게 민간차원의 접촉과 교류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간 인적 교류는 작년에 1000만 명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 아이돌들의 K팝 공연에 일본 젊은층이 운집하는 장면은 양국관계의 건강한 미래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갈수록 악화일로인 한일관계를 더이상 이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다. 해결의 길은 역시 미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일 양국의 미래는 시간의 확장 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 차원에서 양국관계를 바라보는 공간적 확장도 포함해야 한다. 북한문제와 미중 갈등 등이 초래할 동북아 형편을 생각하면 한일 양국은 과거사에 몰입해 있을 여유가 없다.

남관표 주일대사 내정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냈다. 그곳은 국가 안보의 현재와 미래를 넓은 시야에서 다루는 자리 아닌가. 그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좀더 넓고 긴 시야에서 바라보고 상대하길 기대한다. 청와대 출신인 그가 나름의 소신과 재량권을 발휘할지, 아니면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탓에 더욱 위축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그가 어느 길을 택하는지에 따라 얼어붙은 한일관계에 미세한 봄의 기미라도 생겨날지의 여부가 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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