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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일 갈등 '치킨 게임'으로 흘러선 안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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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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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12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압류 시 송금, 비자 발급 정지 등의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소 부총리는 일본 기업에 피해가 커지면 보복 강도도 더 세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 관세 인상, 핵심물자 수출 금지 등의 말들이 흘러나왔지만,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장이 우려된다.

총리까지 지낸 아소 부총리가 보복 조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우리 입장에선 신중하지 못한 처사이고 불쾌감마저 준다. 그가 평소 한국을 겨냥한 망언으로 유명한 정치인 중 한 명이어서가 아니다. 그의 보복 언급이 한일 두 나라의 갈등과 대립을 위험한 '치킨 게임' 양상으로 몰아갈 우려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일본이 흘리는 보복이 무역, 송금, 비자 제한 등 주로 경제 분야에 해당하는 것들이란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와 외교 분리'라는 투트랙 원칙을 건드린다는 점에서다. 투트랙 전략은 그동안 한일관계를 숱한 격랑 속에서 지켜온 양국의 공통분모였다. 일본은 대중 외교에도 이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서울에서 5월 개막 예정이던 '한일경제인회의'가 9월 이후로 갑작스레 연기된 것도 이런 점에서 시선을 끈다. 1969년 출범한 한일경제인회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7년 한국 탄핵 사태로 잠시 연기된 적은 있어도 작년까지 5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양국에서 번갈아 열렸다.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 분야로 옮겨붙는 것 아닌지 재계의 우려도 부쩍 커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은 지난 3·1절 100주년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던진 유화적 메시지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동양과 세계평화를 주창한 3·1 운동의 정신을 역설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강제징용, 레이더 갈등 등에 대한 언급 없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도 역설했다. 일본 언론은 이를 '일본 배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나라의 간극은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750만명을 넘었다. 통계가 공개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도 292만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28.1% 늘었다고 한다. 양국의 무역 규모도 지난해 852억 달러에 달했다. 민간·경제 분야에서 한일 두 나라가 서로에게 핵심 파트너인 셈이다. 일본이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수출을 금지한다면 한국산 반도체 주요 수입국인 일본도 큰 타격을 받는다. 두 나라는 보복 조치가 자국을 겨누는 비수가 될 수 있음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두 나라 외교부는 14일 국장급 회의를 열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외교관들이 위안부, 강제징용, 레이더 갈등 등으로 얼어붙은 현해탄을 녹일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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