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선/ 수필가

해외에서 일하는 큰 아이가 소리없이 날아와 현관에 서 있다. 깜짝 놀란 내게 아이는 등 뒤에 숨겼던 '장미 꽃' 한 다발을 안긴다. 아! 고마워라. 이 행복!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젊어선 사업가 남편 따라 여러 나라 여행을 하면서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 많았는데, 이젠 장성한 아들 덕에 생일 선물로 중국 여행을 둘이 떠났던 일, 소주로 오가는 길 양 옆으로 유채꽃이 노랗게 만발해 시름을 잊고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우리 농촌과 흡사하다. 낙후된 농촌 풍경이 왠지 정겨우며 자상하게 배려하는 아들과의 여행에서 느낀 참 행복감을 지금껏 잊지 못한다.

큰 아이가 많은 책과 CD를 보내줘 갑자기 큰 부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며, 이국 땅에서 좋은 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어 또한 행복하다. 행복은 정체도 없고,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이 암만해도 돈으로는 살 길이 없지 싶다.

사람은 각자 마음속에 '행복과 불행의 씨앗'이 있는데 우리가 어느 쪽 씨앗에 물을 줘서 잘 키우는가 하는 게 관건이다. 물론 '행복의 씨앗'에 물을 줘서 잘 키워야 행복하리라.

옛날부터 '나는 행복합니다'하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어떻게 늘 행복해 보이냐고 묻는다. 난 내가 조금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 뜻은 '나 자신을 조금 부족 한 듯 생각하고, 다시 말해 자신을 낮추고, 욕심을 확 줄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하찮은 일에도 감사하며 행복을 찾는 기술도 필요하다.

방년의 나이에 획기적인 하나의 변환점이 있었다. 그 후 인생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긍정적으로 감사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누가 내게 백지 한 장을 줘도 그 백지엔 '사랑과 관심'이 가득 담겨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세운 자신과의 약속중 하나. 내게 주어진 현실과 타협하며 살리라 했다. 사람은 올려 다 보면 한이 없고, 또 내려다보면 끝이 없는 것이기에.

지난 3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이었다. 행복은 유전적 요소가 50%라는 진화심리학자들의 연구다. 행복을 느끼는 감정 수위의 절반 정도는 선천적인 요소라는 이야기다. 행복지수에 대한 통계를 보면 '건강한 육체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같이하는 것'이 가장 수치가 높은 중요도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수록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단다. 그러나 조사결과 수입이 많아질수록 물질적인 욕구 또한 덩달아 커진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수입과 행복지수가 비례할 것이란 환상에 빠져 있다며,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행복할 것이란다.

신은 나에게 감사의 분량이 곧 행복의 분량인 것을 일찍 터득게 해, 가진 것 없어도 모자란 사람처럼 늘 행복에 젖어서 산다. 그렇다. 우리는 훈련을 통해서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면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확행(소소한 것들의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