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 코이카 이사장]

김영옥 대령은 이제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돼 유명해졌지만, 이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한국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저자인 한우성 기자(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가 김영옥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1992년 LA 폭동에서 한인사회가 참담한 제물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서다. 미국사회에서 소수계인 한인의 위상을 어떻게 바로 세울 수 있을까? 그래서 찾은 방안이 한·미 사회에 뚜렷한 공로가 있으면서 두 나라 관계 개선, 나아가 한·일관계에도 도움이 된 김영옥 대령을 조명하는 것이었다.

저자가 김영옥 앞에 ‘영웅’을 붙인 것은 군인, 민간인으로서 쌓은 수많은 공적과 그의 철학, 인품을 ‘영웅’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김영옥은 ‘인도주의 실천가’였다. 항일지사 김순권의 아들로 전쟁 중에는 고아를 돌봤고 전후에는 아시아계 여성의 권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을 알렸으며 노근리 사건 진상규명에도 힘썼다. 심지어 재미 일본인의 권익 향상에도 힘을 보탰다.

김영옥은 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세운 공적으로 이탈리아 최고무공훈장, 프랑스 최고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6·25전쟁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2005년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3개 나라에서 최고무공훈장을 받은 유일한 군인일 것이다.

수많은 훈장을 받았으면서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김영옥이지만 임종하던 해 고국의 태극무공훈장 수여 소식을 듣고 노무현 대통령께 감사 편지를 보냈다. 다만 직접 훈장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조국이 늦게라도 응답해서 다행이다.

김영옥은 생전에 “나는 100% 한국인이고, 100% 미국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에는 김영옥연구소, 김영옥중학교, 김영옥고속도로가 세워졌다. 미국 정부도 그에게 최고무공훈장을 수여하기를 기대한다.

영웅의 제1 조건은 인도주의 실천인 것 같다. 우리 청년들도 김영옥 대령의 삶을 지표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