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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문젠가, 참모들이 문젠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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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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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논설위원]

靑 잇단 ‘헛발질’ 비서진 책임론 비등
외교ㆍ경제ㆍ사회 등 정책 전반 불안정
무능과 해이, 문 대통령이 쇄신 나서야

   
 

청와대가 여전히 문제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새로 들어간 이래 이런저런 노력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느새 ‘적폐’처럼 쌓인 무능과 해이를 쇄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에서 한 청년의 눈물이 화제가 됐다. 면전에서 흘린 눈물에 대통령은 말을 잃었고, 그 장면은 청년정책 실패의 상징처럼 부각됐다. 하지만 눈물은 대체로 믿을 게 못 된다. 눈물보다 정작 인상적이었던 일은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가 대통령에게 한 직언이다. 그는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참모를 책임지고 내보내달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가 감히 대통령 면전에서 그런 직언을 떳떳이 할 수 있었던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달 19일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 들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1월 산업생산이 소폭 반등하고, 2월 취업자 수가 노인 일자리효과로 반짝 회복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사방에 먹구름이 가득한데 추세도 아닌 일부 월별 통계를 갖고 대통령이 경제 개선을 공식 운운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는 느낌을 줬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안쓰러운 낙관론은 불과 10일 후 발표된 2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산업활동 전 부문이 기록적 수준으로 동반 후퇴해 버린 것이다. 대통령의 경제상황 평가는 다시 한번 아전인수가 되고 말았다.

대체 누가 그토록 조급하고 위험한 발언을 하도록 만들어 대통령과 대통령의 말을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냐는 개탄이 이어진 건 당연했다. 이 대표는 “지금 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는데, 참모들은 어떻게 대통령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오판을 하게 만드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2기 비서실이 가동되면서 청와대 분위기가 개선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외교에서부터 경제, 사회, 인사 등 전 부문에 걸쳐 대통령 참모진의 ‘헛발질’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과정에서의 치명적 오판 의혹부터 최악으로 치닫는 대일외교에 이르기까지 외교안보라인의 거듭된 실책과 무능은 정권을 넘어 국가 위기까지 부르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경제상황에 대한 오판 내지 아전인수식 해석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회 갈등 조정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끝없는 파행도 근본적으론 무리한 위상과 기능 설정, 운영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문제에 접근한 청와대 참모진의 실패로 봐야 한다. 뿐만 아니다. 편협한 인선과 안이한 검증으로 결국 장관 인사 참사를 빚으며 정권의 도덕성에 먹칠을 해버린 정무라인과 인사라인 역시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상황이 이쯤 되면 청와대의 ‘헛발질’이 비단 비서진만의 문제 때문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청와대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여기서 나온다.

정치는 권위를 갖고 사회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 질서 있게 추진하는 일이다. 그렇게 보면 문 대통령은 선량한 정치인일지 모르나,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은 지도자일 수 있다. 당장 소득주도 성장이나 포용적 성장 같은 경제정책 어젠다만 봐도 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식이다. 구체적 조정과 균형의 기획은 없다. 그 결과 정책현장에선 혁신 성장과 규제 완화가 우선인지, 일자리 창출이 우선인지 늘 헷갈린다.

한반도 평화정책도 마찬가지다. 목표가 제한적 평화 확보인지 북한 핵 폐기인지 모호하다. 그렇다 보니 한미동맹과 공조가 우선인지, 북한과의 자주적 협력이 우선인지 헷갈린다. 좋은 일은 다 하려다 보니 되는 일 없이 들뜨고 고되기만 하다. 청와대 비서진 인사 얘기가 또 나오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명찰(明察)이 더 필요한 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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